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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2008. 5. 25. 23:59

(080525)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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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가는 와중에 언제부터인가 이전과 단절되고 (그것을 인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는 하지만) 진짜 성인이 되었구나 느끼는 순간이 있다. 그것은 아마도 이전까지 느끼지 못했던 책임감과 어떠한 사안들에 대해서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고 온전히 혼자서 그것을 감당해야 하면서 점점 느끼게 된다. 더 많은 책임이 따르게 되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까지 생각을 하게되면서 그런 순간들을 조금씩 자각하게 된다. 하지만 반면에 이러한 것들이 단지  고통스러운 것만은 아니라 웬만한 것들에 대한 경험들이 쌓이고 과거에 겪어봤던 것들이나 그렇지 못하더라도 간접경험을 해보았기 때문에, 아니면 때로는 직관에 따라 많은 부분에 대해서 관조적이게 되거나 제 3자적인 입장에서 바라볼 수도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또한 나 뿐만이 아니라 내가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어떤 사안들에 대해서 공유하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여지들이 많아 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안타까운 것은 사람들이 나이가 들수록 아는 사람들이 많아지지만 가끔 보고 안부를 묻는 정도로 그저 그 만남들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진짜 대화가 점점 줄어든 다는 것이고, 사실 진지한 얼굴을 하고 어떤 것에 대해,특히 약간은 추상적인 주제이거나,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꺼려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맞다. 사실 나이가 들면서 각자마다 스스로도 근심과 스트레스가 많은데, 굳이 오랜만에 만나서 까지 상대에게 그 짐을 지우기 싫거나 혹은 관심밖의 얘기들을 듣는 것이 그 자체가 지겨운 것일 수도 있다.

수다가 되었건, 진중한 얘기가 되었건 그 대상이 나이가 많던, 혹은 적던  사람 과 사람이 면면을 대하는 시간들은 참 많은 것들을 전달해준다. 나의 생활반경에서 잊고 살았던 부분과 생각들을 알게 해주기 때문이다.

요새는 그 대화의 상대가 되어주는 사람들이 고맙다는 것을 어릴때에는 몰랐지만,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서 다행이다라고 생각이든다. 여전히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생각도 들기도 하지만, 사람 대 사람이 얼굴을 맞대고 얘기를 나눈 다는 것은 참으로 학습인 동시에 꽤나 행복한 순간임을 그 순간에 알아채기까지는 나 역시 오랜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술과 함께 왁자지껄한 자리도 필요하지만, 요새는 많은 사람들이 그런자리에 소모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언제 한번 보자'라는 말이 정말 술을 마시면서 얼굴이나 보고 인사나 하는 자리에 그치는 경우가 아니라면 좋겠다. 조용하고 차분하게 대화에 집중할 수 있고 그들의 생각과 경험들을 나누고 자리를 떠 돌아오는 길에 무언가  남을 수 있는 시간이 있음을 어색해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들과 시간이 더 많아지기를, 그렇게 나이가 들어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그런 이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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