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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에 해당되는 글 37

  1. 2010.10.03| | (101002) 한동안
  2. 2010.03.14| | (100314) 시간
  3. 2010.02.21| | (100221) 매개체 보다 면대면, 활자 보다 대화
  4. 2010.01.03| | (100103) 새해에 굳이 세워야할 것같은 계획들.
  5. 2009.11.15| | (091115) 무심한 자식
  6. 2009.08.30| | (090830) 그러니깐
  7. 2009.07.26| | (090726)
  8. 2009.07.06| | (090706) bye bye vespa
  9. 2009.06.14| | (090620) 재미
  10. 2009.05.04| | (090503) 연휴 중간 점검
  11. 2009.04.12| | (090412) 벚꽃
  12. 2009.04.04| | (090403) 일반적 생각
  13. 2009.03.22| | (090322) 주말
  14. 2009.03.08| | (090308) 2월가고 봄
  15. 2009.01.29| | (090128) ?????
  16. 2009.01.01| | (090101) 2009.01.01
  17. 2008.12.27| | (081226) 이 별
  18. 2008.12.02| | (081202) 그의한계_그들이사는세상11화
  19. 2008.11.28| | (081127) 관계 1
  20. 2008.11.11| | (081111) 잔여수명
  21. 2008.11.11| | (081110) 메모
  22. 2008.10.30| | (081102) 상처
  23. 2008.10.13| | (081013) .
  24. 2008.10.12| | (081012) 10월 둘째주
  25. 2008.09.28| | (080928) The Otter song
  26. 2008.09.17| | (080915) 9월 첫번째
  27. 2008.08.10| | (080810) 의미있는 하루
  28. 2008.07.21| | (080720) 횡성워크샵
  29. 2008.07.06| | (080706) 잃어버림
  30. 2008.06.29| | (080629) 08년 2/4분기 마감주
Thoughts 2010. 10. 3. 00:08

(101002) 한동안

 여기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그랬던 이유는 이랬다.

혼자 글을 쓰면 왠지 음습하다. 축축하고. 시작이 그렇지않아도.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다른곳에다 좀 즐겁고 신나는척 써보려 해보려했지만. 그것도 뭐. 그냥저냥.

그냥 나는 그런 사람인가?



그냥 그냥 바뻤던 탓으로 돌려버릴까?

|
Thoughts 2010. 3. 14. 01:17

(100314) 시간

당연한 말이긴 하지만 시간은 항상 가고 있다.

나이에 따라서, 혹은 상황이나 사람에 따라서 시간이란건 분명히 상대적으로 가지만.
지금도 가고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 정도야 이제 뭐 알고 있는 사실이더라도 여전히 타인의 시간이 촘촘하고 성실하게 흐르고 있음을 보게 됐을 때,
또 나의 시간이 헐겁게 또는 전혀 미동없이 흘렀다는 생각으로 결론으로 도달할때 쯤엔.

나온다. 한숨이.

후우....

'지금 아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라는 말은..그때 알았다면 그 과거의 상황을 막거나, 피할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라는 것 아니라.

다가올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라는 얘기인지도 모르겠다.


근데. 이것도 알고 있다. 지금 아는 것은 절대로 그때는 알수 없었을 것임을.

지금도 시간이 흐른 다음 어느날에서의 지혜로 알수 없음을. 


|

 확실히 나이나 환경의 차이를 떠나서(어쩌면 이것의 상대적인 거리가 있을수록), 대화는 항상 무언가를 남긴다.
모르던 것을 알게 하거나, 문자보다 생생한 간접경험이나 혹은 잊고 있던것들을 다시 상기시켜준다.
문제가 있다면 그 순수한 '대화'를 통한 교류를 할 대상들이 점점 그것을 귀찮아 하거나 '만남'자체로 치부해버리는 경우가 많아진다는 것인데.
그것은 아마도 그것조차 귀찮아져 버릴 만큼 바빠져버리거나, 또는 굳이 현재의 상태에 다른 생각 또는 또 다른 사실이 부담으로 다가올 정도로 
현재에 충실하고 싶은 것일 수도 있다 .그것 또한 나쁜 것은 물론 아니다. 현재에 집중할 수 있음은 곧 더 나은 미래의 현재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요일반적인 추세랄까? 어쨌든 비슷한 환경에서의 집중과 깊이를 가져가는것이 더 효율적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화는 생각과 경험의 폭을 넓혀주지만, 그것이 오히려 그로인해 현재를 아쉬워하거나 부정하게 되거나 한다면 오히려 해악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럴 여지가 상당한 것이 지금 살고 있는 세상에서는 확실히 많다. 무언가 새로운 욕구를 발견하고 그것을 채우는 것이 미덕인양 보여지기 때문인 것 같다.

대화를 통해 배우고 느낀 모든 것을 행할 수는 없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무언가 더 나은 효과를 준 것인가?

아직은 뭔가 그래도 나는 뿌듯함을 느낀다.

무언가에 계속해서 자극을 받고, 상기시키고, 경험을 공유한다는 것이. 조금의 해악을 가져올수는 있더라도, 나를 잡아먹을 정도는 아니고.
그것으로부터 무언가를 하고 싶다거나, 흥미를 끌어낸다는 것이 좀 더 나의 가능성에 대해서 여지를 주는 것 같은 느낌이기 때문이다.


정말.. 이해가 안되는 글이지만. 뭐.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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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이런 것쯤은 한번 해줘야 한다.
실행을 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바람직한 내용을 죽 정리한다는 의미에서.

1. 갱생하기
    : 몸을 좋게 만든다....몸짱이나 이런게 아니라. 몸을 원래의 상태로 한 3~4년 전 상태로
      돌리고자 함.
       → 가능하면 12시 전에 잠을 자도록하여 평균 수면 시간을 4시간 이상으로 만든다.
       → 담배는 일단 3일씩 끊어본다. 부득이 한 경우에는 하루에 4개피 이하로..
       → 술은 한 자리에서 한병만 마신다...솔직히 배가 불러서 더 못먹겠다.
       → 음식양을 조절한다. 내장비만인 것이 분명함으로..지금보다 덜 먹는다.
       → 운동을 한다. 주말정도엔 가벼운 조깅을 하도록 하고, 스트레칭은 예전처럼 쉴때마다 
          하도록 한다.

2. 삼십대 남성 답게 살기
     : 좀 더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여 좀 더 정신적인 여유를 갖고자 함.
       → 악기를 하나 배워본다. 베이스가 기타보다 줄 수가 적지?
       → 흥분을 자제한다. 지금보다 한톤 낮고 반박자 빠르게 얘기한다.
       → 책이나, 영화를 보고 난 후 메모라도 한다. 점차 기억이 흐려진다. 
       → 스포츠 경기장 찾아가서 보기 (F1)

3. 좀 더 나은 사람 되기
     : 인도적으로 사회적으로 좀 더 정제된 사람으로 거듭나아, 세상에 해를 끼치지 않는 이가
       되고자 함.
       → 인정. 가끔은 귀찮으니깐 인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거 같음. 꼭 타협을 말하는 것은 아님.
       → 커뮤니케이션. 그동안 언제든지 연락을 할수 있다고 게으름 피우던 것을 좀 자제하고
           열어두고 항시 교감.
       → 욕심내기. 쉽게 o.k하지 않고, 그전에 한 번 더 생각해본다.
       → 과속 및 교통딱지 끊지 말기. 돈도 돈이지만, 이 정도는 지켜야 할 거 같음.

 4. 기타
      : 위에 것의 50%라도 지켜보기

   ※ 1월까지 지속적으로 찾아보고 업데이트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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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2009. 11. 15. 22:09

(091115) 무심한 자식

어제 밖을 나갔다가 자꾸 얼굴을 할켜 옷깃을 세우라는 매서운 겨울 찬바람이 아니였더라도
성급하게도  벌써 캐롤을 틀어대고 트리 장식을 한 가게들을 보면서.
아..겨울이구나 생각을 했다.
아직 가을 끝자락이라 생각을 했는데. 벌써 낙엽은 많이 떨어져, 모노륨 장판 같은 길도 아닌 가끔 발에 채이는 정도였다.

아..가을은 있는지도 모르고 또 지나갔구나..

아까 안방에 아빠한테 뭘 물어보러 들어갔다가 뭔가 달라졌음을 느꼈다.

'문갑!'

뭐지? 아빠는 몰랐냐며 비웃으신다. 벌써 10일도 더 됐다며..


하긴. 만날 다들 잠들 시간에 들어와 일찍 나가니깐. 집에서 쉬어봤자. 방에서 마우스나 클릭하거나, 거실에만 누워있으니.
라고 스스로 위안을 했지만...


그렇다고 무심하지 않은건 아니니까.


그런 자식이 되고 싶지는 않았는데. 그렇게 되버렸다.



.....역시..

시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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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2009. 8. 30. 22:33

(090830) 그러니깐


정말로 처절하게도
폭풍같았던 휴가가 지나고 그러한 심신의 노력들이 회사를
복귀하고 또 1초만에 원상복귀 되버리고, 한동안 좁혀놨던 생활을 반성하며,
나의 이다지도 어설픈 몸뚱아리가 자꾸만 '너 늙어가고 있어!'라고 말을 하는
이 즈음에 있어,

재미를 찾아버리고 끝끝내 다시 즐거워 보려고 노력을 할까한다.
 세상의 무질서와 공공에 득이 되는 방법으로. 순전히 개인의 건강의 회복을
 위해서!

곰곰히 생각해보자.
어차피 막무가내가 되버릴테지만.

이제는 건널 때가 지나도 한참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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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2009. 7. 26. 22:27

(090726)

1. 원래 그렇기도 하지만. 게을러지기는 세상에서 제일 쉬운일 같다. 그냥. 모른체 하면 그만이다.

2. 옛날에 그런 책을 봤었는데, 비가 와서 마을에 홍수가 나서 죽을까봐, 방안에 물이 들어올 틈을 다 막아놓고, 그러고도 무서워서 울다가 자신의 눈물에 죽어버린 진짜 그렇다면 어린이가 읽기에는 좀..   이야기. 뭐 그렇다고.

3. 글쓰기가 점점 어려워지네. 정리를 안해서 그렇다. 생각을. 그건 위의 1번과 같은 이유이다.

4. 지인과의 금전관계는 항상 조심스럽다.

5. 선택을 잘하는 사람들이 부럽다.

6. 시간만 죽이고 있다는 생각인가..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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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2009. 7. 6. 22:26

(090706) bye bye vespa

 그러니깐. 주기적으로 봐줘야한다. 이 만화는.
 그리고 또다시 본 다음에 아련해지면.
 그때가 바로 어른이 되버린 증거다.
 아직은. 반반 정도?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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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2009. 6. 14. 02:19

(090620) 재미


모두가 재미있는걸 찾고는있다는데.

도통 찾았다는 사람을 못봤다.

얼마나 재미있던 날들이.

이렇게 재미없어진건지 모르겠다.

재밌는일을 만들어봐야겠다.

내가 재미있어 하는 것들이 무엇이었을까.

ㅎㅎ

그나저나 시간이 너무 빨리 가네.

그저 모두가 그리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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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만이냐? 이러한 연휴가. 올해는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휴일이 없긴 했다.

1. 금요일 밤 강남역에서 택시를 잡는 것은 쉬운일이 분명히 아니다. 사실상 연휴 1일차. 연휴는 항상 첫스타트를 잘끊어줘야한다.
적당히 놀아줘야 기분이 나고, 그렇다고 무리하면 연달아 달려있는 연휴의 밸런스가 무너지게 된다. 마침 중국에서 공부하는 친구가
잠시 들어왔기 때문에  기분이 유쾌하게 혹은 각자의 고민들을 서로 부담스럽지 않을정도로 꺼내놓으며 깔끔히 보냈다. 그리곤 택시를 잡으려는데 역시 쉽지가 않았다. 취기는 올라오는데 택시가 잡히지 않자 짜증도 슬며시 올라왔다.  아니 근데 이게 뭐야?
저만치서 왠 호랑이 옷을 입은 한 사내와 무리들이 보였다. 가까이다가와서 살피자 외국인 무리들 중 하나가 다가오더니, 호랑이 옷을 입은 사람이 다다음주에 결혼을 한다며, 총각파티를 즐기고 있단다.  그러고 돌아다니면서 사람들과 사진도 찍고, 검정 '비니루'에 들어있는 맥주나 백세주도 한잔씩 권하고 있었다. 건전한 친구들이다. 축하의 인사를 건네고, 택시가 안잡혀서 골치라니 자기들고 같이 술이나 먹잖다. 그래 좋다. 어차피 택시도 안잡히는데. 그렇게 길에서 술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다른 사람들도 들려서 사진도 찍고, 술도 마시고, 여차저차하다보니 나는 애초에 있던 무리가 아니라 그냥 또 그 무리에 다가왔던 다른 무리에 속해있었다. 그렇게 얼렁뚱땅 강남역에서 3시까지 그냥 텅빈 머리로 즐거이 보냈다.
좋았다. 말도 안되게 처음보는 순진하고 순수한 즐거운 기분만을 공유하는 무리들과의 시간은 가장 다른생각없이 순수하게 보낸 오랜만의 시간이었다.


2. 토요일 오후에 광화문쪽에 일이 있어, 종로쪽을 지나고 있었다. 동묘쪽부터 슬슬 막히기 시작하길래, 연휴라서 차들이 많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왠일인지 차는 좀체로 뚫릴 것 같지가 않았다. 뭐지 이거 하면서 슬금슬금 가다 종로쪽에 당도하니 저기 멀리서 뭔가 깃발들이 보였다. 아. 집회가 있구나..약속에 늦겠네.. 돌아나가야겠다라고 생각을 했다. 우회를 한참하고 이쯤이면 시위대는 돌아나왔겠지하고 골목에서 빠져나오는 순간.
시위가 한창인 곳으로 빠져나왔다.

1) 도로를 점령한 사람들.
  - 시위를 하는 사람들은 무언가에 대해 말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지만, 나는 도통 그들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지 알수 없었다. 자동차가 가는 길에 나와있는 사람들은. 차속에 사람들에게도, 인도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자신들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잘 전할수 없었다. 효과적인 방법이었을까? 뭘 말하고 싶었을까? 알고있다. 할 말이 있는데, 들어주는 사람이 없을때의 답답함은. 그러나. 그들에게도 말하는 방법도 중요하다.

2) 도로를 점령한 사람들을 막고 서 있는 그들.
  - 의경들. 그들은 앳되다. 그리고 겁도 많이 난다. 하지만 그들은 조직이다. 즉. 개인이 아니다. 따라서 조직적인 생각에 동화가 된다. 특히 자신들의 겁을 덮어두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조직적인 사고를 하게된다. (아마 이것이 조직이 갖고 있는 가장 무서운 점일지도 모른다). 명령이 떨어지면 그들은 아마 한명,한명으로는 다들 친구이거나, 형뻘이거나 누나뻘이거나 혹은 아버지뻘인 사람들을 향해 달려나가 완력을 사용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겁이 많은 스무살에 조직에 들어와있는 사람들이고. 당장 나 자신과 그들과 함께 먹고자는 동료가 다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힘과 힘이 충돌해야하는 시점이 오면 그들에겐 그것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카드일 뿐이다.

3) 도로 건너편 저 멀리 보이는 모텔 창문으로 이 장면을 지켜 보고 있는 누군가.
  - 시골에서 올라와 편히 쉴곳을 찾아들어갔거나, 사랑하는 연인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갔거나. 어쨌든 그는 그의 시간을 소음에 방해받았을 것이고, 무슨 일인가 해서 창을 열었을 것이다. 잘 파악되지 않는 상황, 그러나 군집된 사람들. 어떤일이 벌어질까 하면 보았을 것이다. 같은 시간에 전혀다른 상황에 벌어지던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공간. 행여 만약 이 집회가 미래를 바꾸게될 중차대한 아주 의미있는 것이였던들. 지금 시위대의 누구도 저 창가의 누군가를 시대의 방관자라고 말하지는 못할. 그냥 그 일에 상관이 전혀 없던 제3자. 소음이 방해일 뿐인 그런 사람.

이런저런 생각중에 시위대와 진압대 사이에 나는 끼여져 버렸고. 갑자기 의경들은 사람들을 쫒기 시작했다.

4) 진압대와 시위대 사이에 끼인 차안에 갇힌 사람.
  - 눈앞에서 벌어지는 진압광경에 창을 꼭 잠가두고. 진압장구와 차위로 밀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걱정이 들었다.
행여 내차가 찌그러질까. 깨질까. 어디 기스가 날까. 이게 파손되면 시위대에 손해배상을 해야하나, 경찰청이나 서울시에 해야하나.
사람은 모든 것을 넘어, 내가 닥친 일에 신경이 곤두서는 모양이다. 역시. 그런 모양이다.

나 역시. 위의 사람들 모두.


3.  일요일 오후의 공원은 날이 좋아서 인지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여유롭기도 그지 없다. 시간은 분명히 상대성이 있다.
넓은 공간에서의 한시간과 좁은 방이나 사무실에서의 한시간은 그 밀도가 틀리다. 그럼에도 너무 많은 시간을 실내와 의자위에서 보내야 한다.
여유롭게 넓은 공간에서 여유를 부리기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바람이 좋았다. 솜사탕도 좋았고. 아이스크림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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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2009. 4. 12. 03:43

(090412) 벚꽃

문득 그런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깐. 나는 생각보다 내가 누려야할것들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물질적인 것들이 아니라. 그게 어떠한 여유라는 측면인데.

문제는 그러한 생각의 이유가. 시간이나 피로도 이런것들이 아니라.
위에서 말한 이러한 것들(그러니깐. 난 피곤하고 시간도 없어서 뭐하기엔 힘들어..라는)이라고 원인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벚꽃을 본지가 언제였더라'
지난주의 독일 출장을 급히 준비하면서. 생각이 들었던 건.
'이번주가..벚꽃이 만개한다는데. 얼마지나지 않으면 또 후다닥 다 떨어질텐데..비라도 오면 끝장인데..'였다.

뭐 잠깐 짬을 내서 벚꽃을 보는것이 그리 대순가 싶지만.
사실. 대낮에 사람이 빡시글 한곳에 혼자서 돌아다니는 것도 별로 흥이 나지 않을테지만. 그보다 그 무리 무리들 가운데 나 혼자
있을 그림(그러니깐 3인칭 전지적 시점에서 본다고 쳤을때. 내가 아니더라도 나는 그 가운데에서 청승의 아이콘이 될 것이라 생각하니. 이건 더 움찔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가긴 가야지 싶어.

어제 새벽에 차를 몰고 윤중로에 갔다. 그런데 이게 왠걸. 2시가 다되었는데도..사람이 빡시글한것이..사람도 생각보다 너무 많았거니와.위에서 말한 3인칭 전지적 시점을 나는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다시 차를 돌렸다.

그리고 오늘(그러니깐 날이 바뀌었으니 사실상 어제) 밤에 광화문쪽에 볼일이 있어 갔다가는 이러다간 또 못보겠다 싶어
2차 시도를 계획하여 윤중로로  향했다. 사람들은 여전히 벚꽃잎들만큼이나 많았고. 막상 가보니.

그래도. 좋았다. 역시.
그러니깐. 벚꽃도 좋았지만.

내가 그곳을 그 시간에 누리고 있음이 좋았다.

화무십일홍이라고.제 아무리 이쁜 꽃도 10일 가기 어렵다는데. 그 시간을 내가 누리고 있음을 말이다.(그러닊나 이건..어른들이 학생때가 제일 좋은거야라고 말하는걸.학생 때 그시간이 얼마나 좋은지 아는 것만큼 자각하기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꽃길을 걷다보니. 내가 가진 '십일' 한가운데를 지금 지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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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누군가를 만나거나, 만나려고 노력들을 열심히들 한다. 사실 뭐 전부는 아니겠지만서도.
주로 나이가 나이다보니 그렇게 보인다.
대세론적으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말한다. 이즈음 나이에 '자리'를 잡아가야한다고.
맞는말이다. 부정할 생각없고, 아니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런데. 참. '자리'라는게 잡아가기도 힘들다. 이제 한번 고정시켜놓으면 다시 또 바꾸기가 어렵다는 걸 알기 때문에.
누가 '아 이제 자리를 잡았네'라고 똑부러지게 말할수 있을까?
사방이 뚫린 길에서 핸들을 붙들고 아직 이럴까.저럴까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어쨌든 방향을 한번 잡으면 또 그길에서 또 다른 문제들이
나오긴 하겠지만.
그보다 처음의 한번 꺾기가 쉽지 않은것이다. 하긴 결국 그후에도 무수한 선택이 놓여져 있을테다.
내가 내 자리를 아직 못잡았기 때문에. 누군가가 있다는게 짐일 수 있다는건 일단 틀린 답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짝을 만난다는 것이 나이가 적을때는 시간과 경험의 공유라면.
나이가 먹어갈수록 그 '자리'를 찾아가는 와중에서 불안의 공유와 서로의 위안이라는 부분이 더 많은 차지를 하는 듯하다.

그렇기때문에. 누군가가 옆에 필요하다고 느끼고, 그런 대상들을 열심히 찾는 거 같다.
불안의 공유라는. 그속에서의 안도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앞서 고칠 부분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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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2009. 3. 22. 22:32

(090322) 주말


1. 주중에는 거의 약속을 잡지 않기 때문에. 주말에 사람을 몰아서 만나게 되는데 그럴수록 느끼는건 시간을 정해놓고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굉장히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시간의 효율적 분배라는 측면을 떠나서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느끼기 때문인데. 어떠한 업무나 공적인 일로써 그런게 아니라 사람-사람으로 볼때는 굉장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

2. 가끔 사람을 만나다보면 계산하에 만나는 사람을 보게된다. 순수하지 못함을 말하는 것인데. 이것은 어떠한 관계에 있기때문에 딱히 싫은 소리하기도 귀찮고, 그렇다고 애초에 잘라버리기도 애매할 경우에 더 불쾌하다. 그냥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좀 더 나빠질 뿐이다. 글쎄. 쿨하다는 것하고는 다르다. 그리고 나는 '쿨하다'라는 말 자체도 좋아하지 않는다.

3. 알게 된지 오랜 사람을 보는건 편하기도 하지만 즐거은 일이다. 우선은 나에 대한 설명이 필요 없다는 것과, 관계에서 오해의 여지에 대한 불필요한 생각을 안해도 된다라는 것이다. 지금은 그냥 이럴때 제일 쉰다는 느낌이다.
 


※ 누구라도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부분을 더 깊게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밖으로 꺼내서 말하지 않고, 글로 쓰지 않는. 어떠한 발현과정이 없으면 그것을 알고있다는 것을 미인지하게 된다. 생각보다 개개인의 사람들은 경험과 지식의 창고들이다.

하지만 내가 알고있지만, 행동으로 옮길수 없음을 볼 때는  좌절도 심하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다라고 생각하면 조금 그 짐은 좀 가벼워진다.

누구나 그렇다라고 생각하는건 비겁한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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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2009. 3. 8. 23:17

(090308) 2월가고 봄

1. 정말 폭풍같이 2월이 지나가버렸다.
   회사를 한번 빠져나가볼까 했던 시도는 결국 아직은 아니라는 계시처럼. 건전한 마음을 나에게 다시 갖으라 하였다. 그리고는 참으로 다행으로 정신을 쏙빠질정도로 몸을 바쁘게 해주며 하루 16시간 근무를 일주일 내내 풀타임으로 돌려주시었다. 차라리 고맙다. 덕분에 빨리 다시 마음과 고민을 까먹게 해주었다. 그것뿐인가. 마지막 순간에 이제는 나아질일만 남은 팀에서 그냥 좀 버텨보나 했더니, 대단한 반전드라마처럼 다른팀을 발령이 났다. 그래. 조금은 새로운 일이니 권태를 벗어날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스스로 위안을 하지만. 사람들은 자꾸 위로해준다며 술을 사겠다고 한다.
ㅎㅎ. 아무래도 뭔가 변화는 스트레스를 동반하지만. 언제든 닥치는 일이기 때문에 가능한한 좋게 볼수있는 시각을 갖기를 기대해본다.

2. 폭풍같은 회사에서의 생활 사이드와는 달리. 개인 사이드는 정말 아무것도 없이 지나가버린듯 하다. 이런건 굉장히 두려운 일인데.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지쳐버린 상태라는 이유로 잠깐 잠깐 나는 시간 조차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강박과 무언가 그 시간을 효율적으로 움직여야한다는 강박사이에서 정지되어버린듯하다. 양념반 후라이드반은 고민을 해결해주지만. 이런 어정쩡함은 고민만 더 힘들다.

3. 유난히 바람이 찬 날 뿌려진 부슬비는 분명하게도 봄비 냄새를 동반했다. 결국에 또 봄은 왔다. 아무리 제가 추운 채를 해봐야. 벌써 3월 2주가 되가니 어쩔수 없나보다. 곧 해가 따셔질텐데..그 걸 충분히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4. 다들 잘들 살고 계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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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2009. 1. 29. 00:40

(090128) ?????


1. 나를 잘 아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2. 1번과 더불어 내가 내 얘기를 '툭'하고 다 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3. 2번에 더하여 그러고도 옆에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

4. 1,2,3번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그래서 무섭다.

5. '리타길들이기'는 못봤다. 마땅치가 않았다.

6. '배트맨'을 다시 봤다. 역시 어두운 영화다.

7. 아빠는 알수록 대단한 거 같다.

8. 7번을 깨달을 때마다 스스로 비교를 하게 된다. 변형 오이디푸스콤플레스인가?

9. 매사에 감사하라는 성경말씀은 참 좋은 말 같다는 생각이 든다.

10.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잊기 쉽고, 어렵다.

11. 어쩌면 내가 너무 호강을 하고 살았는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12. 어쨋든 지금 내가 가진 것으로 사람들은 나를 정의내린다.

13. 12번에서 말한 내가 가진 것이 사실 많지도 않다.

14. 13번에 이어, 그럼에도 그것을 빼고 나를 설명할수 있거나, 나를 아는 사람이 드물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15. 다시 1번으로.

16. 주여. 내게 용기를.

17. 나는 크리스챤이 아니므로 16번 패스.

18. 크리스챤 부모님이 대신 내게 16번 기도를 해주기를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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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2009. 1. 1. 23:44

(090101) 2009.01.01



뭐랄까. 2009년은 아주 담담하게 왔다. 서른이라는 이상한 숫자놀음에 굉장히 고단하게 맞았던 작년과는 다르게,이미 삼십대의 두번째 해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슬며시 들어와서 이제 '나이라는 건 세알리지 않는게 더 낫지?'라고 하듯이 담담하게 와있다.

종무식 덕택으로 아주 오랜만에 해가 떠있을 때 회사에서 나왔다. 오면서 그래도 08년도를 정리해야한다는 생각이었는지 작년 한해 동안에 나에게 벌어진 일들과 사람들 그리고 나에게 작던 크던 감정의 요동과 생각들을 갖게 했던 노래, 영화, 사건 등 이러한 것들이 떠올려졌고 그것들을 '○○○ of the year' 라는 제목으로 정리하여 쓰려고 했었다.

그리고 집에 들어와서는 잠이 들어버렸고, 나는 12시간 넘게 잠에 들어있었다.
얼마만에 이렇게 오랜 시간 잠을 잔지 모르겠다.최근 2년 넘게 이렇게 잠을 잔 적이 없었다. 잠을 잘 들 수도 못했고, 피곤해도 깨지고, 또 시간이 많은 휴일이어도 정신을 놓더라도 자는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푹 잠들지 못했던건지, 버릇이 되어버린건지.
하여튼 그랬다. 최근 2년동안 하루 권장시간이라는 8시간을 자본적이 없었다. 위대한 누군가처럼 무엇에 매진하여 잠을 잘 시간이 없었던 것도 아니라 말그대로 잠을 잘 수가 없었을 뿐이다.

아마 2008년은 그렇게 피곤했나보다. 그리고 2009년은 첫날부터 잠을 자게 해주는 것 보니 좀 지난해보다는 좀 나아지려는 건가 하는 새해 특유의 근거없는 긍정이 솟아나는 것 같았다(그렇게 유도하고 싶다).

잠을 많이 자서, 새해가 어떻게 밝았는지도 모르겠다(심지어 자는동안에 꾼 꿈은 어린시절에 좋아하던 떡볶이에 가서 마구 먹은 내용 뿐이다).
이것이 어떻게 새해 첫 느낌과 각오가 되겠냐마는,
나에게는 굉장히 의미심장하게 다가왔을 뿐이다.

단절과 시작이랄까?


※ 쓰려고 했다가 생각만 하고 못쓴. 
    1. 조직_관계
    2. 또래의 고민
    3. 80년대
    4. 수집
    5.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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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2008. 12. 27. 02:37

(081226) 이 별

1. 사실 벌써 헤어졌어야 하는게 맞았다.

이미 마음이 떠난 연인을 다시는 곁에 두지 못할까,  돌아서서 저리 가버리면 다시는 보지 못하게 될까 하는 불안함에 무표정한 얼굴과 그보다 더 무표정한 손을 억지로 잡고 놓아주지 못하고 있었던 것과 같았다. 아니 그 무표정은 무표정해서 무표정이 아니라 더이상 지을 표정조차 없이 지쳐 진이 빠져버린 무표정에 가까웠다. 그렇게 힘들게 나를 만나고 있었음은 진작에 알고 있었음에도.

나는 욕심을 버리지 못했고,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어쨌든 이러한 상태로 오래 갈 수 없음는 알고 있었지만, 애써 모른척 하고 있었다.
아직은 아니겠지. 같이 한 시간이니 만큼 정이란 걸 떼기 어려울꺼야.라고 시간이 지날 수록 만날 때마다 오히려 난 더 애정을 표시했고, 실제로 나의 마음은 그러했다. 어쩌면 그것으로부터 점점 다가오는 이별을 모른척 하려 했음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이런식은 곤란하다. 이런 식의 갑작스러운 이별은 미처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 반응을 해야할지 어떻게 보내야할지도 모르게 되어버린다.  밖에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데 우산은 없고, 약속시간은 늦었고 택시는 잡히지도 않을 때, 비를 쫄딱 맞는 것은 어느정도 마음이 다져져 있기 때문에 춥고 축축해도 버틸 수 있지만, 짱짱한 봄날에 꽃단장을 하고 상큼한 노래를 들으며 한껏 들뜬 마음에 집을 나섰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내려 이 모든걸 적셔버리는 것과는 분명히 다르다.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이별통보는 마치 후자와 같은 것이다.

'오늘은 날씨가 3시에 공원에서 만나자'
라고 여느 때와 같이 해놓고 막상 나가니

'이제 그만 만나자' 
와 같은 따위의 밑도 끝도 없는 헤어짐 말이다.

그러니깐 사실 위에같은 말은 아직 헤어짐을 인정하지 못하는, 고등학교 때 배운 '낙화'라는 시를 여전히 깨우치지 못한 나의 푸념일 뿐이다.
헤어질 때를 억지로 잡고 놓아주지 못하고 있던 나를 원망해야 마땅하다.


2. 나는 물건을 고르는 안목이 아주 뛰어나거나, 쇼핑을 자주 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예전부터 살 것이 있어 같이 동행을 하던 엄마나 누나 혹은 예전의 친구들은 꽤 나를 까다롭다고 했다.  그 이유는 나는 내가 정해놓은 아이템의 규칙이 있어서 그러한 조건에 부합하는 것이 발견되기 전에는 선택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없으면 차라리 사고 후회 하느니, 차라리 내가 정해놓은 규칙에 부합되는 제품이 나올 때 까지 기다린다라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정말 어처구니 없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정말 이거다 싶을 때는 똑같은 것을 세개나 산 적도 있다. 선물도 아니고 모두 다 내가 쓰려고 말이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가는 만큼 예전보다 훨씬 유해지기 했지만 여전히 무엇을 선택할 때  최소한 '이거는 지켜줘야 한다'라는 선은 분명히 존재하고 유효하다.   


3. 처음으로 정장이란 걸 입게 된 것은 대학교 때였다.

누구나 그렇듯이 처음은 언제나 성공하기보단 실패하기가 쉽다. 처음 산 정장을 입게 됐을  행거에서는 멋졌던 옷이 나에게서는 어색하기만 했다.  나중에야 깨닫게 되었는데, 그 어정쩡함의 여러가지 원인들 중에서  캐쥬얼에만 익숙해있던 나의 자세가 어색하게 만든 이유의 8할은 넘어보였다. 
 이제는 매일 정장을 입고 출근하긴 나이긴 하지만(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정장을 완전히 신뢰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정장이란 것은 누구말처럼 현대를 살아가는 남자들에게 전장에 나가는 '기사의 갑옷'과 같을 때가 있다. 비장하고 중요한 순간을 앞두고 면도-셔츠-타이-정장을 입는 행위는 꽤나 하나하나 신경이 쓰이고 마음가짐 뿐아니라 자세까지도 실제로 바꿔버리기 때문이다. 일례로 중요한 면접을 보러가거나  상견례 또는 결혼을 할때나, 혹은 조문을 가는데(말하자면 개인과 개인 혹은 사회와 사심을 가장  순수하게 가린 채 그 조우의 형식과 그 내용이 주가 되는 그런 때와 장소) 추리닝을 입고 가기에는 역으로  굉장한 용기가 필요하게 되었다라는 것이다.

 일상이 아닌 개인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거나 또는 격식이 필요한  때와 장소가 필요한 때가 있다는 것을 나이가 들어 알게 됐었을 때, 그러니깐 이제 더이상 반팔티와 청바지만 입고 어디든지 갈 수 있는 나이는 지났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내가 해야 할것은 분명했다.
나에게 가장 잘 맞는 '갑옷'을 하나 준비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니깐 남들이 말하는 좋은 브랜드나 비싼 가격이 그것을 가르쳐주는 것은 아니고, 나에게 가장 잘 '맞는' 것이여야 했다.  그것은 단 하나면 족했다. 회사에 입고가는 모든 옷이 그럴 필요도 없고, 내가 꼭 필요한 순간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한벌이면 됐다. 남들이 볼때 어제 본 것과 오늘 본 것에 대해 전혀 눈치를 못채더라도, 실제로 다를 게 하나 없더라도 나는 마음가짐이 일단 다른 그런것이 필요했다. 바로 '내 것'임을 알수 있는 그런 것을 말이다.


4. 처음 만났을 때 그랬다.

난 누구에게도, 무엇에게도 한번도 첫눈에 반한 적이 없었다. 아니 첫눈에 반해도 그것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왠만해선 최대한 애정을 품으려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일종의 자존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하면 무수한 시행착오 끝에 드디어 만났다는 그 기분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화이트셔츠는 정장보다 자주 사지만, 정장보다 더 여러군데 입을 수 있다. 정장을 입을 때 가장 기본이지만 언제나 기본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매일 갈아입는 여러가지 셔츠들 가운데 진짜로 가장 나에게 잘 맞는, 가장 내가 신뢰하고, 어쩔 수 없이 필요한 날에 내가 찾아들 수
밖에 없는 한 벌(두벌도 안된다. 그러면 그 존재감이 약해진다)이 꼭 필요하다라고 생각한다. 어찌보면 자주 입지않아도 그런 하나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든든한지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 각설하고 남자에게 어떤 화이트셔츠는 그만큼 중요하다는 나의 생각이라는 얘기다.

그 '한 벌'에 대한 나의 조건은 까다로웠다. 절대로 하얀색이어야 한다. 절대로 아무런 모양이나 색도 없어야 한다. 심지어 실조차도.
어깨는 딱 맞아야한다. 남들이 생각하는 맞는다는 것보다 아마 0.5에서 1인치는 더 안쪽으로 들어와있을 거다. 허리도 잘 맞아야한다. 정확히 말하면 요새 유행하는 잘록한 허리의 그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팔을 앞으로 나란이 하여 팔을 엇갈렸을 때 양 어깨쭉지에서 양 허리와 등 사이에 두 축이 생긴다는 느낌이다(왜 이것이 중요하냐면 이 느낌이 들면 어디에서도 자세가 엉클어질수 없다) . 팔은 절대로 겨드랑이와 어깨를 두르는 통이  커서는 안된다. 그리고 그 통과 손목으로 내려오면서의 폭은 차이가 나지 않을 수록 좋다. 그리고 절대로 소매 끝부분에서 팔통이 확 좁아지는 것은 절대로 안된다. 소매의 끝은 완전히 내렸을때 손등을 1/3정도 덮으면 된다(사실 이건 수선이 가능한 부분이기 때문에 다른 조건에 비해 중요하지는 않다). 그리고 다시한번 말하지만, 절대로 아무런 무늬가 없는 절대로 하얀 색이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 모든 것은 입었을때 이러한 조건 하나하나를 체크하는게 아니라, 입는 순간에 다 알아채버려서 '아.이거다'하는 그 느낌이 있다. 녀석을 처음 만났을 때 바로 그랬었다.


5. 모든 것에는 유효기간이 있었다. 나만 좋다고 언제까지 같이 할수는 없다.

벌써 헤어지는 것이 맞았다. 이미 양소매는 솔기가 터지기 시작한지는 오래됐었다. 목 뒤부분은 또 어떤가. 정말로 닳아서 구멍이 나기 직전이었다. 
한번 입을 때마다 세탁을 해야하는 화이트셔츠의 운명이기 때문에 내가 자주 집어들수록, 그 기분좋음을 느끼려 할수록, 처음의 그 하얀 빛은 점점 잃어갔고, 더 많이 세탁소에 가야했고, 더 많이 다른 옷들과 화학약품속에서 섞인 채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했을 것이고,그럴수록 더 세탁소에서 돌아온 이후도 예전같이 되긴 어려웠다. 하지만 나는 그조차도 녀석과의 함께한 시간이라고 여겼고, 그것이 더 멋지다고 생각했다.  아마 누가 최근의 이 화이트 셔츠를 입은 나를 구석구석 발견했다면 어떻게 이렇게 될때까지 입느냐고 이제 제발 그만 입고 버리라고 했을 것이다. 그 정도로 많이 상해 있었다. 그럼에도 더 대단한 것은 이 녀석은 나를 절대로 그렇게 누구에게도 보이게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한 모습을 보는 것은 그 '한 벌' 이라는 화이트셔츠로써의 본인의 자존심도 많이 상하게 했을 것이다.
 
오늘도 평소와 같이 기분좋게 녀석을 들어올려 입었을 때, 녀석은 작은 소리를 냈다. 셔츠라는 이 녀석의 본분을 생각했을 때 단추 부분이라든지, 소매끝자락이 튿어질 수는 있지만. 등쪽 어깨부분이 튿어진다는 것은 정말이지 어려운 일이다.

나는 직감을 했다.
하지만 그대로 벗어 다른 옷으로 갈아입는 다는 것은 이 녀석에 대한 나의 마지막 예의가 아니였다.
그대로 나는 위에 스웨터를 겹쳐 입었다. 그 스웨터 안에서 내가 움직임을 할때마다 녀석은 점점 더 상처가 커져갔지만 그렇게 마지막을 보내는 것이 내가 할수 있는 전부였다. 그리고 오늘을 마지막으로 더는 내가 우겨서도 같이 할수 없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녀석이 항상 좋았던 것만은 아니었다. 조금은 더 얇은 녀석이라  땀에 잘 젖어 여름에는 특히 몸을 더 조심히 움직여야 했고, 엄마는 다리기 어려운 이 녀석때문에 성질을 내며 세탁소에 맡기시기 시작했으며. 조금은 때도 더 잘탔고 과하게 몸을 움직이기엔 다른 옷들보다 더 불편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모든 게 그렇듯이. 헤어지고나면 바로 그 순간부터 이 모든 것들조차도 그리운 법이다.


만날 수 있을 지도 모르는 또 다른 그 '한 벌'의 화이트셔츠를 만나 너를 까맣게 잊을 때까지.
그 많은 시간과 장소에서 나를 다스려줬던.
그 많은 추억과 생각들을 만들어줬던.


'한 벌'의 화이트셔츠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오늘 이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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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솔직히 말해서 노희경의 드라마는 시청률이 안나온다고 뭐라고 하면 안된다. 이런류의 드라마는 '흥미의 드라마가 아니라 '이해'의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겪어본 사람만, 아니면 최소한 이해와 공감이 가능한 사람들이 봤을때 그 감정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깐 아직 어리거나 이해력이 부족한 어른이거나, 꼭 그렇지 않아도 경험을 아직 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도통 뜨뜨미지근한 그런 류의 드라마 정도일뿐이다. 송혜교와 현빈이 나올뿐인 뜨뜨미지근한.. 사실 시청률 5%라고 한다면 100명중 5명이라고 한다면. 난 이것도 꽤 높다고 본다. 내가 아는 백명중에 5명이 있을까?싶다.
혹은 숨기거나 있거나.

2. 오늘 지오(현빈 분)는 나빴다. 주준영(송혜교 분)이를 생각했다면 그러면 안된다. 여자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될거다. 인간적으로도 그러면 안된다. 근데 난 이해가 됐다. 나쁜거 아는데, 그러면 안되는지 아는데 이해가 됐다.

남자의 자격지심.

이거 참. 나쁘다. 늪과 같아서 갑자기 튀어나와서. 슬금슬금 목을 조르는거다. 그렇다고 언제 어디서 나올지,시작할지 모른다.
(지오는 준영이가 부잔거 알고있었을거다. 그런데 뭐 상관없이 좋아하니깐 만나고 잘 만나고 있었다)
내가 연애하고있는 누군가보다 얼굴이 못났거나, 돈이 없거나, 키가 작거나, 지식이 짧거나, 이런거가 하나 부족함이 없어도, 오히려 남들이 볼땐
완벽해 보이더라도, 연애하는 상대가 보기에는 하나 부족함이 없더라도.
(준영이는 지오를 많이 생각한다. 그리고 지오를 많이 좋아한다. 그리고 지오가 준영이네 만큼 못사는거 벽이라고 생각안할꺼다. 아니 오히려 지오가 불편할까 신경을 꽤나 쓰고 있을거다. 아니 또 준영이는 준영이대로 엄마에 대해서 자격지심이 있지 않은가?
)
이거  나타날수 있다. 그러면 마냥 부족해진다. 세상을 다가지고 있어도 부족해진다.
(지오는 피디질도 남들이 볼땐 열심히 잘하고, 인정도 받고, 이쁜 준영이도 있고, 심지어 얼굴도 잘생겼다.)
그런데 못난 남자들이 그렇듯이 오히려 또 그걸 들키는건 쪽팔려한다. 그러다가 그러지도 않아도 되는데, 지나치게 잔인하기도 해진다.
(준영이가 너무 좋아진 나머지, 또 그 남자의 자격지심이 발동했다.  그리고는 유치하지만 잔인한 '너 옛날남자한테 가' 이딴 말이나 해댄다)

그냥 들키고나서

'자. 나 이런거 이런데, 너 나 좋아한다했으니깐 니가 내 손좀 잡아줘라' 

이러면 될꺼 같은데, 그걸 못해서 그사이 결국 여자는 지쳐버리고, 연애는 파국이 되기도 한다.

그러면 끝이다.

여자는 이미 마음을 정리했고,
남자는 좋아하는 여자한테 부끄럽기보단 이별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남자는 그러고나면 더 힘들다. 생각보다 멋지게 마무리하기는  힘들다.
그런데 여자는 그 사이에, 남자가 멋부리는 사이에 이미 진이 다 빠졌다.


그래서 끝이 났었다.


3. 사실 오늘은 이걸 쓸려고 했던것도 아닌데, 드라마를 보고나서 생각이 들었다.
    이 드라마를 보고있으면, 연애를 막 하고 싶게 했다가, 아..아직은 연애하면 안되겠다 라는 생각을 들게했다가. 그렇다
    그나마 현빈,송혜교이니깐 저래 담백하고 이뻐뵈지..

4.  남자의 자격지심은 사실 꽤 길게 생각해서 쓸 내용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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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2008. 11. 28. 00:06

(081127) 관계

 짧은 얼마간 동안 재미있는 얘기를 들었다. 나에 대한 평가인데.

 A: "요새 꽤 긍정적으로 바뀌었네?"
 
 B: "뭐가 이렇게 까칠해. 점점 더 심해지네."

 C: "너는 참 항상 너답다. 예전부터 지금까지 참 너 답다"

 D: "어쩔 수 없어. 결국 세속인이 되어가는구만..."

 F: "점점. 달관자가 되어가는 같아..."

 이 일련의 평가가 시간의 흐름속에서 변화의 과정이 아니라, 거의 동시간적으로 내려진 현재의 '나'라는 동일인물에 대한 평가다. 참으로 희한하다.
이게 뭔가 하다가 생각을 해봤다. 하나의 강력한 추론인 즉슨, 만난 시점에 따라 변덕스런 B형의 다중인격적인  하나하나의 성격이 나왔다는 것이다. 그럴싸하다. 그리고 이렇게 규정지으면 쉽다. 끝. 난 B형이니깐.

 그런데 두번째를 생각을 해보면 약간은 더 심도가 있게된다.(다음부터 쓰는 건 나의 생각의 정리이고, 아무런 이론이나 통계에 의거하지않은 지극히 주관적인 개인적인 짧은 경험에 의한 나의 추론이다..내가 무슨 근거가 있을리가 없지 않은가. 단순한 개인의 사고의 정리이다.) 

자, 찬찬히 생각해보자. '나'라는 사람은, 혹시 여기에 어쩌다 들어오는 이 글을 읽게 된 당신이라는 사람(공개된 주소나 찾아올 루트가 아직은 없는  이 블로그에 도대체 우연이라도 한달에 200명 가까이 들어오는 사람들이 난 누군지 궁금하다)은 언제나, 꽤 한결같은가? 아니 사실상 이런건 참 표현이 어려운데. 어떤 철학이나 고매한 지조를 가지고 그것을 기준으로 움직이는가가 아니라, 그냥 당신이 이런 사람인것 같다고 뭉뚱그려서라도 말할수있는가 하는 얘기다. 사람의 외모 뿐아니라 생각도 당연히 시간의 흐름에 따라 외부환경에 따라 바뀌어가는건, 혹은 발전하거나 넓어지거나 또는 첨예해지거나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거 말고, 어떠한 시간내, 시작점과 끝점을 가진 폐쇄적인 시간을 잡아놓고 동시간대라고 부를 수있는 동안 말과 행동 그리고 사고가 어떠한 큰 덩어리로 묶여질 수 있는가라는 점이다. 혹은 앞에서 말한 세가지 중 한가지라도.


뭐 딱히 나는 범례를 들 수없기 때문에,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예를 들어보자(어차피 이 글은 내 생각을 정리하고자 쓰는것이고, 혹은 다른 누군가본다고 하더라도 내가 읽어달라고 초대한건 아니지 않은가?!)
나라는 사람이 움직이는 공간이 뻔하다. 회사,집,여흥자리 나머지는 혼자 있는 시간이다. 장소가 다를 뿐 거의 앞서 말한 동시간 내에 있는 지점들이다. 거기에서는 나의 역할이 존재한다. 존재에 따른 역할은 당연히 달라진다. 근데 생각해보면, 그 각각의 지점에서도 누구와 있는가에 따라 그 역할들이 각 지점이라는 대전제에서 좀 더 세분화되어 진다. 여기서 대전제는 지점에 따라

회사-박사원
집-가족(구성원)
여흥자리-친구

대충 이렇게 나뉜다고 보자. 여기선 분명히 역할이 있다. 회사에서는 업무를 수행하는 나름 격식이 있는 존재이고, 집에서는 말그대로 가장 자연인이고, 여흥자리는 앞서 말한 두가지의 사이에 존재하는 그런 역할이다(근데 역할이 맞나? 역활이 맞나?) 근데 좀 더 세분화해서 들어가면 이거 더 복잡해진다. 

회사에서 서부장과의 관계로 들어가면 나는 '불평많은 낙천주의자'에 가깝고, 조과장님(봐라, 벌써 부장에게는 안붙는 '님'자가 과장님한테는 붙는다. 격식이 존재하는 회사라는 조직내에서의 관계를 시작한 사람들일지라도!)과의 관계로 가면 '스킨쉽이 과한 음악과 미술을 좋아하는 여기에 있어설 안될 놈'이며, 재호君에게는 '인생의 고민이 많은 패배주의적 동반자' 정도 될것이고, 저어기 있는 이과장한테는 '중국차하고 있는 박사원', 정상무에게는 '얘가 걘가?' 정도이지 싶다. 자, 그럼 집으로 가볼까? 가장 오랜생활을 해온, 내가 집에선 막내니까 태초부터 나를 보아온 사람들이다. 아마 나에 대한 평가가 나를 제외한 가족간에는 어떠한 컨센서스가 이뤄져있는지는 몰라도, 내가 가족구성원들에게 하는 태도로부터 역으로 유추해보면 이 역시 미묘한 관계의 차이가 존재한다. 아빠한테는 '무조건적인 반항아 또는 세상에 막 들어선 사회인이자 버릇없는 30세' 정도 일것같고, 엄마한테는 '허약한, 불쌍하니깐 잘해줘야하는' 첫째누나한테는 '사회적이지 못한, 말이 앞서는, 갇혀있는 자유로운 영혼' 정도, 둘째누나한테는 '정서적,사회적 동지' 정도 일 것같다. 마지막으로 여흥자리의 친구(여기서 친구는 이해관계를 떠난 수직적 관계에 있지 않은 자라고 하자.따라서 나이와 어떻게 알았는가는 중요한 게 아니다)라는 관계를 보면 더 많은 구성원 수만큼이나 더 다양한 역할로 나뉠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조언자' 또는 '술친구', '학습조력자','재밌는 사람', '말많은 사람', '생각이 많은 사람', ' 생각이 없는 사람' 등등 꽤나 더 많은 정의로 각각의 친구들에게 내려져 있을 것이다. 

자 그럼 진짜 한 시기의 '나'는 하나로 규정될 수 있을까?, 그게 아니라면 왜 대체 동시간의 나는 이렇게나 많은 형태로 나타나고, 다양한 평가를 받는가? 역시 편한 결론은 변덕스런 B형 만한게 없다. 아니면 다중인격자라든지.  


인류의 발전이라는게 어떻게 어떻게  되다보니, 개개인에서 사회라는 단위로 점점 확대되어져 이뤄져왔다. 단지 사람뿐이 아니더라도 많은 생명체라는 것들이. 그 과정에서 어떠한 전체를 관통하는 거대한 룰이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이건 과정으로보면 어떠한 '합의'라는 것에서 이뤄진다. 사회에서는 개개인의 패턴에 때로는 규제를 갖기 위해 혹은 그것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서 이뤄진다. 이 '합의'라는 것은 항상 정답은 아니다. 정답 혹은 진리라는게 어디있겠냐마는(빅뱅의 탑은 진리가 어디가겠냐라고 하지만..탑은 진리미모라고 불리더군...). 쉽게 보면 회사라는 조직에서 벌어지는 걸 보면 된다. A라는 부서와 B부서는 분명 이해관계가 다르다. 구체적으로 재무를 관장하는 부서는 더 많은 이익을 남기기 위해서 하나의 상품에 더 많은 마진을 붙이라고 비싼 가격을 받으라고 하지만(실적이 곧 이윤이라는 %이므로), 영업에서는 다량의 판매라는 결과를 위해서 더 싼 상품을 만들어주기를 바란다.  같은 회사내에서도 존재와 목적이 다르므로 그 방향점이 다르기 때문에, 둘만의 관계를 보면 그 중간이나 더 설득력이 있는 지점에서 합의에 이른다. 그게 정답이라는 것은 아니다. 서로 이해가 되는 부분에서 최대한의 +와 -를 고려한 어느 지점에서 만나 결론을 짓는다.
 
개인간의 관계에서도 이는 마찬가지로 적용이 된다. A와 B가 만났다고 치면 A와 B는 살아온 조건과 가치관이 다 다르다. 따라서 몇차례 만남을 갖다보면 그 상대에 대한 '배려'가 생긴다. 이 '배려'는  타인을 포용한다라는 개념이 아니라, 여기까지, 혹은 이 정도는 나를 풀어놓겠다거나, 혹은 이선은 넘으면 안되겠다는 감이 자신도 모르게 발휘된다는 것이다. 만남을 유지하고 있는 둘 사이에 어떠한 음악을 듣는데 음악적 공통성이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선 관계에 있어 굉장히 발전해가고 깊이 얘기가 되지만, 한명은 굉장히 마초적인 남자형제들 사이에서 자라났고, 한명은 여성스러운  여자자매들 사이에서 자라났다면 이성관에 대해서는 굉장히 다를 수가 있다. 이 부분은 그렇다면 충돌의 여지가 굉장히 높아진다. 하지만 이들은 점차로 그부분에 대해서는 대화에서 회피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굳이 그 부분이 확대되어지지 않아도 그 관계는 음악이라는 것으로 충분히 유지-발전 될 수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깐 누워있다 다시 일어나서 추가하는데, 이 부분은 개개인의 어떤 부분에 대한 이해의 스코프가 자라난 환경과 발달해온 사고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이해 가능한 부분에서 그 합의점을 찾거나 혹은 더이상 찾기를 포기하거나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더 많은 이해의 스코프를 가진자에게 더 우호적이거나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 그렇지 못하거나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해서 관계가 맺음과 끊김으로 나뉘는것은 또 아니다. 왜냐하면 그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얼마든지 유지는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유에서, 각각 다른 개인-개인과 관계에서 누군가를 만날 때는 재미있는 부분만이 확대되어 보여질 수 있고, 누군가에는 반대로 부정적인 모습으로 강화되어지기도 한다. 또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멋지게, 또는 측은하게, 또는 활발하게, 또는 소심하게 보여질 수 있는 것이다. 결국 하나하나의 관계마다 어떠한 합의점이 만들어지고 시간과 만남의 횟수에 비례하여 그것이 공고해지고 확대되어진다는 결론이다. 

처음에 말했던 다양한 평가는 다 나의 모습이지만, 결국 그 대상이 누군가에 따라서 비춰지는 확대된 모냥새라는 것이다. 사실 하나의 그 면면이 전체는 아니지만서도, 내가 아닌 상대인 각각의 인물들에게는 나는 그렇게만 보일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평가를 내리는 내가 만나는 개개인들 또한 그렇다고 생각하면, 편협한 평가를 내리는 것은 성급하다는 것일까?  글쎄 그것까지 다 파악하고 다 포용하려면 아마 그 관계의 합의점을 관장하는 제3인칭,'절대자'가 되는 것이겠지.
그리고 시간도 없고, 그에 앞서 결국 사람은 나를 위주로 생각 할수 밖에 없지 않은가? 

도대체가 이렇게 생각하다보면, 또 다시 미궁으로 빠져든다. 다 나라는 사람인데. 도대체 관계 속에서 아무도 나를 규정지어 질 수 없다면.
내가 규정 지을 수 있는 나는 도대체가 뭔가. 죽기 전에는 뭉뚱그려서라도 희미하게 알아 낼 수 있기나 한건가?



뭐. 이런생각이 오늘 날짜에 들었었다고. 


 


+1. 요새는 계절이 디지탈로 바뀌는건지. 서서히 한 계절이 fade out되고  새로운 계절이 오는 게 아니라 오늘 띡 가을. 그리고 내일 띡 겨울이 되는 듯하다. 지구가 90도씩 쿼츠시계처럼 도는 것 같다.  가을이였다가 갑자기도 춥다니깐.

+2. 카드를 쓰면 문자로 전송해 주는 시스템을 처음으로 신청했는데, 생각보다 소비의 순간의 갭이 적다. 핸드폰 문자가 이 통지문자 포션이 관계로부터의 포션보다 많아지면 우울할 거 같다.

+3. 우리나라 책값은 비싸다고는 하지만 생각보다 여전히 싼거 같다. 커피한잔+담배한값 이면 책이 한권이거든.

+4. 사람들은 가끔 잡지의 힘을 무시하고는 한다. 거기엔 그 시기에 필요한, 생각보다 많은 정보들이 널려있다.

+5. 역시 조기퇴근은 좋다. 글을 써도 쫒기지가 않거든.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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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2008. 11. 11. 23:51

(081111) 잔여수명

모처럼 집에 일찍 들어와서 결원없는 가족이 식탁에서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참으로 오랜만의 일이다. 각자 돈벌이는 하기 전에는 이게 그리 힘든 일인지 몰랐다.
일이 많은 날은  늦어서 그렇고, 일찍 끝나는 날엔 그동안 못한 약속을 잡거나, 아니면 일찍 끝나서 축배를 들거나 또 스트레스를 푼다는 이유로 밥을 먹거나 술을 먹거나. 이런 이유로 저녁식사에 맞춰 집에 들어오기란 쉽지 않다. 또 내가 됐다고 해도 가족 구성원 모두가 딱 이렇게 맞아떨어지는 경우는 꽤나 높은 경우의 수임엔 분명하다.

밥을 다 먹고도 치우기 전에 식탁에 그대로 앉아, 역시 우리가족답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게된다. 아빠의 10년 후배가 자식을 결혼을 시키는 지경이니 이젠 쪽팔려서 누나들을 손숙의 결혼정보회사에 넘기겠다느니, 가입비가 20만원이니 일단 투자비로 생각하고 본인들이 넣겠다느니, 이것도 부모중 누구한명의 책임은 아니니 10만원씩 공동출자를 하자느니, 내가 누나의 남편감을 물어오면 포상금으로 200만원을 주겠다느니. 또 부동산세재가 바뀌면 이사를 하는게 나은지, 있는게 나은지. 엄마가 보는 드라마는 왜 항상 시청률이 낮은지. 케이블티비의 수혜자는 가족중 아빠뿐이라든지. 기독교인인 엄마는 왜 어디서 고사음식을 가져오는 것인지. 회사의 임원들은 뇌졸중에 잘걸리니 나는 절대 임원을 하지마라라든지. 거창할 것 하나 없는, 서로 자기말이 맞다고 우기며 상대방의 말을 딱딱 끊어먹고 들어가도, 중간중간 바나나 주스까지 갈아마시며  참으로 일상이지만 이게 참 좋다라고, 이정도가 참 좋다라고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얘기중 노후대비에 관한 얘기를 하다 현재 엄마 아빠의 현금출납 얘기가 나오고 재산세,역모기지 이런, 나로써는 아직 도통 잘 알수 없는 얘기가 나오는 와중에 아빠가 얘기를 했다.

"앞으로 내가 20년을 더 산다 했을 때..이 집을 역모기지를 걸고...."    
 -"아빠가 30년을 살지 40년을 살지 어떻게 알아?"
"현실적으로 봤을 때......."

뭐 이런식으로 자연스럽게 또 금방 얘기는 이어져나갔다.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는 생을 다한다. 아니 언젠가라기보다 길어야 100세? 수명은 지금까진 과학과 의술이 발달했다해도 그정도이다.
나도 언젠가는 죽는다는 건 안다. 이건 아마 7살정도만 지나면 다 아는 사실일 꺼다. 요새는 특히 애들도 어른 못지 않으니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부터 그 사실을 알고만 있지. 한번도 딱히 체감된적은 없다.죽는다는 건 알지만. 내가 죽을 것이라는걸 심각하게 고려해본적은 없다. 아니 있어도 어떻게 죽을 것인가 아니 죽게 될것인가. 죽기 전에 어떻게 살아야할것인가. 이러한 삶과 죽음에 대한 관념적인 문제일 뿐이지
그것이 경제적인 부분과 산술적인 계산을 해본적은 없다.

아빠는 심각하게 말한것도 아니고, 어떠한 얘기중에 흐름속에 나온 얘기지만. 너무도 자연스럽게 '잔여수명'에 대해 말했다. 아빠 나이는 그게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식탁머리 한구석에서 여전히 막내아들로써 건방떨며 몸 뒤틀고 앉아 바나나주스나 빨아먹고 있는 나에겐 뭐랄까.
섭섭하다기 보다 먹먹한 그런 기분이 들게했다. 언젠가 나도 아빠나 엄마처럼 부모없이 삶은 살아가야할 것이 분명하지만, 아빠나 엄마가 나의 그런삶을 만들거라는 생각은 안해봤다. 아니 만든다기 보다 염두한다는 것. 아니 염두한다기보다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미 아빠 엄마는 그럴수 있는 환경과 나이임에도 그럴 줄 몰랐다. 실감도 못했고, 썩 와닿지도 않았다.

20년..슬쩍 겁이 났다.
그 때는 내가 쉰살이 될테지만. 아직 서른이 나로써는 겁이 났다.

어차피 다시 자고 일어나 아침이면. 급히 출근준비하며 엄마 속을 뒤집어놓고 튀어나가고, 아빠에게 전활 걸어 이거저거 내 대신 뭐 좀 해달라고 할테지만. 애교랍시고 또 투정이나 부리는 말 안들어먹는 놀랍도록 징그러운 서른살의 막내겠지만.

카드값이 좀 더 나와도 이번주엔 가족외식이나 한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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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2008. 11. 11. 00:02

(081110) 메모




언제나 처럼. 머리 속엔 여러가지 생각이 오갔다. 분명히.
그 한번 풀린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집에 가서 글로 쓰며 정리해야지' 하지만.
막상 집에와서는 게으름을 피운다. 글을 쓰면 시간이 너무 오래걸리기 때문에.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하므로.
그리곤. 그냥 또 접어둔다.

생각은 휘발성이어서 정리해두지 않으면 사라진다.
하지만.나의 게으름이 더 급이 높은가 보다.

간단히 오늘 잠깐 잠깐 스친 생각들.



1. 정말 바빠서인지, 게을러서인지, 아니면 쑥스러워서인지 쉽사리 연락을 하지 못하게 된 이들이 많아져버렸다.

2. 드라마를 챙겨보지도 않거니와 연예인에 이입되지도 않는 나지만 ,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주준영'은 ...설렌다. 보다보면 입을 벌리고 웃고있는 나를 본다. 나 송혜교 좋아하는거 같다..

3. 버릇.
   1) 오늘 처음 누구한테 들었는데. 내가 이런 버릇이 있다고 했다. 말 순서를 바꿔말하는. ←(이런거)
      다시 예를 들면. '오늘은 집에 일찍갈래. 팀장이 출장중이니깐'
      틀린문장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종결 어미를 쓴다면 '팀장이 출장중이니깐 오늘은 집에 일찍갈래' 가 된다.
      뭐.그렇다고.
   2) 음악을 안들어도 귀에 이어폰 꽂는 버릇은 좀 자제 해야겠다. 이젠 그럴때도 된거 같다.

4. 오바마는 생각보다 더 파괴력이 있을 것 같다. 어느 시대나 아이콘은 실체보다 더한 영향력을 갖게되므로. 참 핫하고 파퓰러한 아이콘이지 않는가.

5. 가을이 다 간다는데, 단풍구경도 제대로 못해버렸다.(사실 오고 있는줄 알았다)
   주말은 알차게 이용해야한다.

6. 어른이 될수록, 나이가 들수록 왜 재미를 느끼는 것들이 줄어드는가에 한부분은 머리속에 잡다한 정보가 많이들어가서.
   이건 좀더 생각해볼 문제.

7. 머리속에서 맴돌던 것은 메모장에 적어 둬야한다. 뭘 생각했는지 조차도 잃어버리는 나이가 된건가.  

8. 아..그리고 이것도 있었다. 이런애들  '니가 저번에 그렇게 말했자나~, 너 OO 라며~' 이런 말 하는 애들 유치하다.
   생각이 바뀌는건 당연한거다. 아..이건 길게 쓸 글인데.. 다시한번 느끼지만

9. 게으름이 한수 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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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2008. 10. 30. 23:19

(081102) 상처

상처1.

지난 주말을 이용한 출장은 정말이지 그곳이 상해인지 서울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그곳의 날씨만큼이나 뿌옇고 혼미한 정신상태 그대로 였다. 돌아온 뒤에 남은 기억이라고는 이동 중에 거기에 주재하고 계신 박차장님과 끊어 나눴던 이야기들 뿐이었다. 본사에 계시다가 상해 주재원으로 나가신지는 한 1년이 채 안됐을거다. 언어가 전혀 해결이 안된 상태에서 나갔었던지라, 간만에 얼굴을 아는 이가 오니 꽤나 반가움이 입을 통해 모두 표현되어지는 듯 했다. 이런저런 얘기 중에 자연스럽게 또 회사얘기가 나왔다. 

'요새 회사는 어때?'
- '뭐 매번 그대로죠'
'여기에 있으니깐, 본사 분위기를 잘 모르자나......'

이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최근의 금융위기와 덧붙여졌다. 워낙 요샌 변동폭이 심하기도하지만 그때는 위기론이 최고조에 달아 주가는 900이 무너지고 환율은 1400원대에 근접해있었던, 하루가 다르게 부정적인 의견들이 언론을 수놓고 있었던 밤이었다.

'태호씨는 IMF 때 잘 모르지?'
-'저야 그땐 대학교 갓 들어갔을때 였으니깐, 그래도 그 시기를 겪기는 했죠'
'학생 때 겪은건, 듣고 본거지 그 한가운데는 아니였자나'
-'그거야 그쵸'
'그땐 나도 한창 때였지, 사람들이 많이 두려워도 했고 실제로도 많이들 나갔고, 그때 그분들이 나한테 그랬어, 넌 아직 어리니깐 괜찮다고. 나도 그
렇게 생각했지. 사실 난 계속 회사다니고 있다보니깐 IMF도 지나가고 10년 정도 잘살았지. 근데 태호씨, 이제 내가 그 나이가 됐더라고.'

10년이 지나고, 박차장님은 상해에서 세상의 근심 한가운데에 들어가계셨다. 10년 전쯤 다른이들이 다쳤을 땐 공감하지 못했던 상처를 다시 복기하며 본인이 지금 아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난 10년전 차장님과 비슷한 기분이었겠지만,  그 순간이 나에겐 언젠가 상처가 나게 될 때면 다시 기억하게될 생채기 정도는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유명한 상해 와이탄의 야경은 먼지인지 아니면 비가 조금씩 내려서 그랬는지 뿌옇기만 했고, 하나도 화려하지도 못했다.
 

상처2.

지난주 회사메신저로  동기 한명이 오랜만에 말을 걸었다. 그 아이는 내가 아는 또 누군가와 사귀고 있었고, 또 헤어졌다 다시 만나기를 여러차례 반복하고 있었다. 오랜기간동안 이 아이는 힘들어하고 있었고, 또 헤어짐을 겪고나서 같은 회사에서 비밀리에 만나고 있었던 관계로 회사시간동안 그 고통에 어찌할 줄을 모르고 있었다. 남자는 흔히 말하는 '나쁜남자'로 그걸 알면서도 헤어졌다가도 다시 만나고 있는 본인도 짜증나고, 그 상황도 짜증나고,헤어졌다고 해도 신경이 쓰이는 것도 짜증이 나고, 또 그걸 어디다 풀수도없는 그런 경우였다.  내가 말하고 싶은건 이 둘의 연애사가 아니라 그 아이 얘기를 들어주면서 사람-사람 관계에 대해 문득 생각이 든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든, 만남을 갖다보면 여러가지 문제가 생긴다. 만나면서도 문제가 있기도 하고, 헤어지고도 문제가 있기도 하다.
서로 알면서도 상처를 주기도 하고 모르면서 주기도 하고, 정말 작정하고 독하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런데 그 순간이 지나고, 시간이 흘렀다고 그 상처가 낫는게 아니라는 거다. 지금 받는 어떤 상처가 또 다른 상처를 생겨나게 한다는 것이다. 이건 넘어져서 무릎이 까졌는데, 상처가 다 나아서 아프지 않은데 딱지가 붙어있어 '아 상처가 났었지.내가 다쳤었지' 이런게 아니다. 농구선수가 운동중에 다리를 다쳐 열심히 재활을 해서 복귀를 해도, 다시 다리에 무리가 가서 재발할까봐 턴이나 달리기를 전력으로 못하는 그런 트라우마에 가깝다. 아니 이것도 같은 다리라고 보면 좀 안맞는거 같다. 더 명확하게 말하고자하면, 이런거다. 내가 커피를 먹다가 혀를 덴적이 있다고 치자, 그리곤 다 낫기는 했다. 그래도 또 다시 커피를 마실때마다 혀를 다시 델까 노심초사하게 된다 이런게 아니라 갑자기 두통이 온다던가, 손이 떨린다던가 하는 전혀 과거의 경험과 연관이 없어보이는 그런부분에서 장애가 오는 것에 가깝다. 내가 다쳤던 부분이었다면 충분히 인지하고 그걸 치료하거나 하면 되지만, 이건 뜬금없이 전혀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그런게 튀어 나오기 때문에. 대처가 힘들다. 사실 그게 예전에 그 상처와 연관이 있는지도 잘 알기 힘들다.

이걸 최소화 하려면, 그 순간에 본인이 받은 상처로부터 본인에게 스스로 주고있는 상처가 얼마만큼 깊은지, 혹은 자기가 그 상처를 더 깊게 하고있는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을 하고 그에 맞게 행동을 옮겨야한다(사실 이건 이성적으로 콘트롤이 안되는 부분이기는 하다). 하지만 참..그 상황에서 그걸 알기도 쉽지가 않다. 결국 시간이 지나고 다시 전혀 다른 그 상처가 스멀스멀 올라올때가 되서야  알까말까 이다. 결국 상처는 타인에게서 받고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스스로도 주고 있다. 시간이 지나서 당황할테지만. 그건 어쩔수 없는 것 같다. 그냥 그 상처가 눈에 보이는 곳에, 가벼운 깊이로 나타나기만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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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2008. 10. 13. 23:46

(081013) .




저 달 넘어

푸른 시월이 왔다

또 가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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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2008. 10. 12. 23:17

(081012) 10월 둘째주


                                                                                                                         담배-안성하作

1. 나이 서른에 권고사직을 경험한 한 친구는 그 낯설고 묵직한 현실과 더불어.
   그 앞에서 자신도 모르게 보이고 만,  무너지고 있는 자신을 목격해야 해야했다는 잔임함 말고도,
   이제야 함께 하고 싶은 여자를 만나고도, 그 앞에 멋진 남자로 보일 수 없음이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2. 술에 취한 사람을 보면 평소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이들이 있다.
   대취(大醉), 고민이 있었던지, 유난히 몸이 말을 안들었던지, 아님 스스로 정신을 놓아버렸던지.
   결국에 평소에 가둬뒀던만큼, 가끔 '까꿍' 하고 나오는 그 다른  모습도 결국엔 한사람 몸속에 들어있는
   '그'도 '그'이다.

3. 가끔은 '뭐 때문에 사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기때문에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다음주에 민트페스티발도 서울디자인올림픽도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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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2008. 9. 28. 23:20

(080928) The Otter song


  <BGM:Box Codax - I swam with the otter>

다가 수달을 부러워하게 될줄을 꿈에도 몰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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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2008. 9. 17. 21:04

(080915) 9월 첫번째

사용자 삽입 이미지

1. one page a day, 물론 하루에 하나씩 쓴다는 생각은 없었다만, 한달에 하나 쓰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2. 약기운인지, 휴일동안 꽤나 많이 잤다.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는게 계속 잘 수 밖에.
   치질수술을 한 아빠, 대상포진에 걸린 엄마, 다리골절과 결석이 같이 온 둘째, 그리고 내상이 깊은 나,
   첫째도 그리 좋은 컨디션은 아닌 것 같고, 추석 보름달을 보며 '건강' 소원을 빌게 될 줄이야.

3. 한 2년 가까이 본의 아니게, 사람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졌었다. 먼저 전화를 살갑게 거는 스타일도 아니거니와
   글쎄 뭐가 문제였을까. 그냥 다 무의미하다고 느껴졌었다. 아니 그보다 나 하나 세워두기가 어려웠다. 그 사이
   에 망가진 몸 같이.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법도 잃어버린 듯 했다. 뭐 그랬다.

   쉬는 내내 이런 관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몇명과의 통화와 메신저.
   
    1) '파리'간다며?
         - 출장이고, 가고싶지않은 건수야. 주말반납에 보고서 쓰느라 바빠. 아마 몸이 더 망가질꺼야
        '파리'자나
           : 그래, 결국 나 아닌 사람한테는 다 좋게 보이게 마련이다. 부정하지 말자

    2) '나 어디게?
          - 집 아니면 회사?
        '미국'
          - 거긴 왜 갔어?
        '나 이혼했다'
          - 그랬구나
         (중간생략)
         '나도 사니깐. 너의 삶은 이보단 수월할꺼야. 건강하게 잘살아'
          : 어찌됐던지, 슬프지만 계속 살아가게는 된다.

     3) 한번봐야지
          - 헉
         왜?
          - 넌 먼저 그런말 잘안하자나?
           : 생각해보니깐 그랬던거 같긴하다. 왠지 난 그런거 어색해했던거 같다. 왜지?


4. 쉬면서 읽던 달라이라마의 '행복론'을 읽으면서 깜짝 놀란건 내가 생각했던 것과 같은 얘기를 그가 하고 있었다.'행복은 고통이 없는 상태'라는 것..(나는 성자의 경지에 오른 것일까?) 고통은 결국 어떠한 것에 내가 반응 하는 것인데, 외부를 컨트롤 할수 없기때문에 내가 그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다라는 것이다. 그게 어렵긴 하지만 알고 노력 하는게 얼마나 중요한가.

5. 또 하나, 이번에 느낀것은.
결국에 사는 것은 Share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내가 가진 것을 없는 이들에게 나누어준다. 그런 것이 아니라
나의 시간과 경험, 생각을 나누는 것이라는 것이고, 그게 한동안 나한테 결여되어있었다는 것이다.
그것이 생산적인 무엇을 내놓은다면 더 알흠다운 것이고.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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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예상대로 였다면 굉장히 바쁜 토요일과 일요일의 휴식을 보냈어야 했다. 휴가를 보낸 다음 주 였다는 것도 큰 요소였겠지만, 그 것보다도 지난 한 주일을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굉장히 말그대로 소진되어 아무것도 할 기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서 토요일로 잡아뒀던 약속 두건을 예정대로 했다간은 주말동안 체력이 회복되지않을 것이라는 날카로운 자체분석에 따라 지친몸으로 주중 일과 후에 처리해버렸다. 때마침 고장난 PC와 더운 날씨 덕에 주말 스터디도 건너 뛰었다. 그리곤 마지막 날이었던 학원도 처음으로 가지 않았다. 아니 사실 가지 못했다. 아니 않았다가 맞겠다. 아침에 눈을 떳으나, 몸이 가지 말라고 얘기했기 때문에, 그게 더 나에게 필요하다고 했기 때문에. 내가 결정을 그리했다. 아무튼 그러다보니 빡빡했던 토요일이 갑자기 아무것도 없는 날이 되었다.
꽤나 간만이다보니, 어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쌓여있던 피곤이, 말복도 지났다는 더위는 나를  아무것도 못하게, 계속 나를 눈을 감게 했다. 뭔가 이렇게 보내면 안될 것 같았지만, 잠을 푹 자본지가 너무 오래인지라 차라리 이런 시간과 나의 의지와 상관없는 이런 상태가 고맙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쨋든 이건.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아니었고. 일종의 도입부랄까.
하루를 갑작스레 늘어지게 보냈으니 오늘(일요일)은 그냥 또 내버려두기엔 스스로에게 미안했다. 주말이니깐.

1. 친구와 약속을 잡고 주유를 하고 얻은 아주 달달한 커피를 마시면서, 오늘은 아주 느긋하게 차를 몰았다. 사람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할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어제는 아무 생각조차 육체가 못하게 했으니깐.

2. 꽤나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그래봐야 한달과 두달 사이일거다. 그런 애다. 인생의 2/3동안 아니 한 3/4년을 알아온 친구니깐.이 관계는 친해서 오래만난 건지, 오래 만나서 친한건지 모르겠는 그런 거다. 딱히 나와 비슷하지도 않고, 전화를 하면 서로 딴소리하고 짜증내고 큰소리 내는게 대부분이다. 근데 사실 뭐 그런것도 너무 오래되나서, 신경안쓰는, 그게 일상인 그런 관계다. 하여튼 오랜만에 봤다. 만나봐야 별 얘기도 안한다. 사람들은 가장친한 친구라면 소소한 모든것과 고민들을 공유한다고도 말하지만. 이건 그런관계도 아니다. 그냥 만난다. 그리고 또 말없이 커피마시고 시덥잖은 얘기하다가 또 말없고 그런다. 근데 뭐 그렇다고 신경쓰이지도 않는다. 영화를 보러가서 전화받으러 중간에 잠시 나갔다가, 어두워서 다시 자리로 가지않고 아무 빈자리 가서 봤다. 그래봐야 끝나고 '어디갔었냐?', '전화받으러' 그냥 이런 관계다.  뭘까. 이젠 그런 관계인 친구다. 얘랑 있는건 친구가 아니라 뗄래야 뗄수 없는 가족같은 그런 관계같다. 마냥 편하고 마치 나를 대하듯.

3. 2번 친구를 만나고(얘는 일찍 내려갈 것이므로) 홍대에서 들러볼 전시가 하나 있었다. 그리가려 하는데, 마침 홍대에 후배가 나도 아는 친구와 있다고 했다. 그래서 전시를 보고 얼굴이나 볼 겸 그리로 갔다. 마침 친구가 생일이어서 케익과 커피를 한잔 더 시키고 축하를 해주는 멘트들을 해줬다. 연장자로써 피가되고 살이 전혀 될리 없는 이야기들. 하여튼 갑작스레 그런 자리에 끼어들 용기가 사실 나는 별로 없는데, 굳이 그 자리에 들른 이유는 그 후배가 내가 꽤 나와 유사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을 하는 애(애는 아니지만)이기 때문이다. 얘랑 말을 하면 가끔 나하고 말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서 얘기 도중에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이 정리가 될 때가 있다. 후배라곤 하지만 같이 사실 수업을 같이 들었던게 있었나하는 기억은 불분명한 그런 후배였건만, 그런 시간의 양(하긴 얘를 안것도 꽤 오래구나)이 중요한게 아니라. 나누는 얘기들의 밀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는 그런 경우다. 점점 옴팡진 얘기들을 나눌 상대가 없어지는 마당에 중요한 부분이다. 말많은 내 얘기를 그동안 잘 들어주는 것보니 착하고, 못된 내가 얘가 하는 얘기를 기분좋고 재미있게 집중해서 들을 수 있으니  그것으로 증명된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듯이 그 아이가 생각하지않는 다면 낭패다. 어쨋든 난 그렇다. 하긴. 얘한테 나는 비가 오면 만나기 귀찮아질수도 있는 그런 아이이긴 하다.

4. 첫째를 한동안 못봤다.주중이야 집에 있는 식구들도 잘 못보지만, 나가 사는 첫째는 주말에 집에 오지 않으면 보기가 힘들다. 누나집 주차장을 이용하려 통화를 하는 도중에 근처 사무실에 일을 하고 있다하니, 안쓰럽기도 하고 얼굴이나 볼 겸 해서 3번의 2인조와 헤어지고 그 사무실로 갔다. 꽤 더운날인데 일이라니 라는 생각을 하면서.
항상 생각하는 것이지만, 나는 우리누나 둘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멋지기 때문이다(특히 첫째는  암묵적으로 문화적인 부분에서 둘째와 나에게 강한 영향을 끼쳤음은 부인할 수 없기때문에 뭔가 나의 근간을 이룬 부분이 분명히 존재해서 동경같은 것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기저에 깔린게 분명하다!). 물론 우리사이에 이런 말은 절대 하지않는다. 비난과 타박많이 있을 뿐이지만, 그것은 '우리 가족'이기 때문이다. 그렇기때문에 어디에서 받는 칭찬보다도 집에서 가끔 흘리듯이 받는 칭찬 비스무레 한 것에 그 어떤 칭찬보다도 혼자 꽤나 진심으로 성취감 같은 것을 느끼기도 한다. 어쨋든 사무실에 가서 잠시 누나가 일하는 걸 보니 역시 멋졌다.누나가 일을 마치고 간단히(허나 배부르게) 저녁을 먹고,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 저런 소소하지만 꽤 진중한 얘기(삼남매 프로젝트건은 굉장히 발전적이고 의미있는 주제였다!)를 두어시간 나눴다. 첫째는 뭔가 나와 인간으로써 취약한 부분이 나와 가장 유사하다라고 느끼는 점에서 꽤나 동질감을 느끼게된다(둘째 역시 다른부분에서 그런부분이 있지만) 훌륭하고 재미난 엄마,아빠와 이런 친하고 다양한 대화를 비슷한 관점으로 나눌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축복이란걸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물론 가족이기때문에 어쩔 수없는 트러블도 있지만, '우리가족'같이 탄탄한 구성을 갖기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주위를 둘러보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게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얘기만 듣고도 '우리가족'구성원들의 팬이 생기는가 하면, 몇몇 아이들이  나하고 결혼을 하게 될  여자는  내가 아닌 가족 때문일 것 이라는 얘기를 할 정도였으니. 매일 투덜투덜 거리지만 아직까지 내가 이세상을 붙들고 있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맴버'때문일 것이다. 다시 첫째와의 얘기로 돌아가자면, 역시 첫째는 첫째이고 나보다 한수 위라는 점이고 여전히 나는 막내고 투정을 부리지만 막내니까 그럴 수 있고 가족이라는 '맴버'에게 배울 점을 찾을 수 있다는게 참 당연하면서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5. 돌아오는 길에  배가 출렁이고 부르다 생각했더니, 하루동안 4잔의 커피를 마셨다.
   한 잔은 나 스스로하고 마셨고 한 잔은 오랜 친구와 한 잔은 의젓하다?라기보다 뭐 나랑 얘기가 잘 된다,단지 이것보단 뭐랄까. 하여튼  대화가 + 라고 생각하는 후배와 한 잔은 가족과 마셨다. 4잔 모두 내 편이라고 생각이 드는 사람들과 보낸 시간이었다. 내 편이 나에게 도움을 주고 나한테 좋은 말만해주고, 나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사람들이 아니라, 온전히 내가 내 속 얘기를 할 수있고 그들의 얘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내 관점에서, 하루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서의 포만감은 커피 네잔이 그 전부는 아니었던 것 같다.

꽤나 피곤하고 고민스러운 날들이지만, 참 많은 걸 가지고 있다고 생각이 다시금 들어버린 일요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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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2008. 7. 21. 00:22

(080720) 횡성워크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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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자룡이 유비의 아이를 품고 비장한 각오로 적진에 뛰어들 듯 태풍을 가로질러  폭풍우를 뚫고 몇시간을 달려 횡성에 도착하여 한 일이라고는 숙소에 들어가 고기를 구워 술을 마시고, 티비를 보다 또 술을 마시고, 찌개를 끓이고 또 술을 마시고 잠시 자고 일어나 라면을 끓여먹고 그렇게 숙소에서 한 발도 밖에 나가 보지도 않은 채 체크아웃을 하고, 잠시 산림욕이랍시고 참으로 얇디얇은 체력으로 몇발짝 걷다가, 다시 한시간을 달려 온천을 찾아 가서는 생긴게 목욕탕같다는 이유로 간판만 보고 다시 차를 내달려 서울에서 냉면을 먹는 것으로 1박2일의 '워크샵'을 마치고 돌아왔다.

'그럴꺼면 뭐하러 가냐?'

아마 제3의 눈으로 봤다면 첫번째로 튀어나옴직한 반응일테지만.
서른나이의 남자다섯이 무슨 그런 여행을 가냐하겠지만.

저 위의 일련의 일정으로 여행의 질이 구분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저 사이사이를 메우고 있는 대화들이 그것을 정하는 것임은 잊기 쉬운
'명백한 사실'이다.

무언가 특별한 이벤트 없이도,  진지한 고민을 토해내지 않더라도, 아직도 정신못차려보이는, 여전히 나이값을 못해보이는 시시껄렁해보이는 오가는 농담과 다섯명으로 가득찬 차에서 엄정화,이효리,빅뱅 최신곡에 노래를 따라부르며 지들끼리 좋아라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도 큰 휴식이요. 안식이었다.


※ 그래도 가끔은 우리의 주제는 8:2 정도로 어른스러운 것들도 있었는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의미를 발췌해낼 수 서른이 되었으리라.
나이는 똥꾸멍으로 먹는게 아니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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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2008. 7. 6. 00:41

(080706) 잃어버림

 몹쓸 USB가 망가져버리는 바람에 그 동안 모아둔 이미지들을 모두 날려버렸다.이건 마치 언젠가 다이어리를 잃어버렸을 때와 같은 황망함과 같은 기분이다. 목적도 없이 단지 여기저기서 모아둔 이미지파일들이지만 그 동안의 그 파일들은 나한테는 그 자체가 목적이자  의지에 대상이자 또 하나의 현실과 차단해주는 도구였건만.
이젠 다시 구할 수도 없이 새로운 것들로 채워야 한다. 몹시 억울하다.

1. 잊지 않겠다..반디 USB...

2. 역시 디지털은 믿을 만한게 못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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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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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라作-비오는날 II



1.<이용>

이용되어졌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동안 나에게 벌어진 일련의 일들.
딱히 기분이 나쁘다는 건 아니고.
소모되어졌다? 이용되어졌다?

'그래도 아직은 쓸모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 건,
안쓰럽게도 안도감이었을까?

가끔은 내가 봐도 참 그렇다.


2. <취기>

새벽에 강변북로에는 차가 없다. 오래된 차로도 어느새 잠깐이면 140km/h를 금새 오르락거린다.
그러한 순간이 어느정도 지속되면 묘하게도 취기가 오른다.

'달리고 있다'는 것 외에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고 앞을 보고 있지만 무엇을 보고 있지도 않은
몽롱한 상태가 된다. 한참을 그렇게 취해 가위에 눌린 듯이 핸들을 잡은 손은 도로의 곡도에만
잡혀있지만, 정신은 발생할 법한 경우의 수들을 생각하며 긴장으로 조여온다.

그리고 앞에서부터의 뿌연 적색등과 끼얹듯 나에게 분무되는 물보라를 맞고서야 난 브레이크를 밟아낸다

겁이 나기도 한다.


3.<통화>

'뭐하고 있어?'
- 집에 있지

'대한민국 서른 청춘남이 뭐하는 짓이야?'
- 이것도 괜찮아. 생각만큼 나쁘진 않아

'한심해'



4.<發過樂>

이젠 누구보다 재미없는 사람이 된것 같다는 생각.

혹은 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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