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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라作-비오는날 II



1.<이용>

이용되어졌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동안 나에게 벌어진 일련의 일들.
딱히 기분이 나쁘다는 건 아니고.
소모되어졌다? 이용되어졌다?

'그래도 아직은 쓸모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 건,
안쓰럽게도 안도감이었을까?

가끔은 내가 봐도 참 그렇다.


2. <취기>

새벽에 강변북로에는 차가 없다. 오래된 차로도 어느새 잠깐이면 140km/h를 금새 오르락거린다.
그러한 순간이 어느정도 지속되면 묘하게도 취기가 오른다.

'달리고 있다'는 것 외에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고 앞을 보고 있지만 무엇을 보고 있지도 않은
몽롱한 상태가 된다. 한참을 그렇게 취해 가위에 눌린 듯이 핸들을 잡은 손은 도로의 곡도에만
잡혀있지만, 정신은 발생할 법한 경우의 수들을 생각하며 긴장으로 조여온다.

그리고 앞에서부터의 뿌연 적색등과 끼얹듯 나에게 분무되는 물보라를 맞고서야 난 브레이크를 밟아낸다

겁이 나기도 한다.


3.<통화>

'뭐하고 있어?'
- 집에 있지

'대한민국 서른 청춘남이 뭐하는 짓이야?'
- 이것도 괜찮아. 생각만큼 나쁘진 않아

'한심해'



4.<發過樂>

이젠 누구보다 재미없는 사람이 된것 같다는 생각.

혹은 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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