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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3.24| | (080323) 봄 비
Thoughts 2008. 3. 24. 22:10

(080323) 봄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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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슬부슬'이라는 표현조차도 완곡한 '푸슬푸슬'한, 아주 건조하고 걸을 때마다 내리는 것이 아니라 내몸에 하나하나 흡착되어버리는 그런 기분 나쁜 날씨였다. 30년 쯤 살면서 3월 말 즈음해서 내리는 이러한 비가 내리고 나면 다시 추워졌다가는 이내 봄이 온다는 것 쯤은 경험으로 알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봄비 즉, 따숩은 공기의 봄을 맞는다는 것은 한웅큼 웅크리고 다녔던 겨울을 생각하면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하지만 도무지 그럴 수 가 없었다. 이 날씨는. 그러고보니 내가 잔뜩 심기가 불편한 이유는 단지 날씨 뿐만은 아닌 것 같다. 전철을 탈 때 어디인지는 알수 없으나 풍겨오는 야리꾸리한 냄새가 계속 거슬렸고, 비오는 날 가죽 운동화를 신고 나온것도 내내 신경이 쓰였던거 같다.  그 뿐이 아니라 약속장소로 나가는 내내 몸은 피곤한 듯 했고, 한 걸음 한 걸음은 나의 피곤을 가중시켜오는 것 같았으며 안그래도 이래저래 좋지 않은 내 육신이 '조금이라도 날 더 자극시켜봐'라고 으름장을 놓는 것만 같았다.

다 핑계다.

전철에서 읽으면서 온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읽고 나서는 발가벗겨진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니 결국은  들켜버렸다는 황망함? 그것도 죽은 지 벌써 몇 십년이 된 사람에게서 말이다.
아직 나는 '요조'처럼 맛이 완전히 가지는 않았다고는 자부하지만, 초반부의 묘사는 나로 하여금 어떠한 저항의 의지도 가질 수 없게 하였다. 말하자면 싸울 의지의 상실이다.질게 뻔한 싸움에서 한번 붙어보자 하면서 얼굴이 시뻘개져서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열심히 달려가 실컨 두드려 맞는 것이 아니라, 이건 그냥 별수 없는 거다. 그냥 들켜버린거고 방어 의지도 없이 무방비상태에서 맞을 뿐이다. 맞으면서도 아프다는 것보다는 부끄럽고 창피해서 차라리 계속 맞아 기절을 하는 편이 나을 것 같은 수치심이다.

'별 수 없지'라고 생각해보지만  하루종일 왱왱 거리는 것이 신경을 접을 수 없었다.

그 것 역시 별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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