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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04| | (090503) 연휴 중간 점검
얼마만이냐? 이러한 연휴가. 올해는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휴일이 없긴 했다.

1. 금요일 밤 강남역에서 택시를 잡는 것은 쉬운일이 분명히 아니다. 사실상 연휴 1일차. 연휴는 항상 첫스타트를 잘끊어줘야한다.
적당히 놀아줘야 기분이 나고, 그렇다고 무리하면 연달아 달려있는 연휴의 밸런스가 무너지게 된다. 마침 중국에서 공부하는 친구가
잠시 들어왔기 때문에  기분이 유쾌하게 혹은 각자의 고민들을 서로 부담스럽지 않을정도로 꺼내놓으며 깔끔히 보냈다. 그리곤 택시를 잡으려는데 역시 쉽지가 않았다. 취기는 올라오는데 택시가 잡히지 않자 짜증도 슬며시 올라왔다.  아니 근데 이게 뭐야?
저만치서 왠 호랑이 옷을 입은 한 사내와 무리들이 보였다. 가까이다가와서 살피자 외국인 무리들 중 하나가 다가오더니, 호랑이 옷을 입은 사람이 다다음주에 결혼을 한다며, 총각파티를 즐기고 있단다.  그러고 돌아다니면서 사람들과 사진도 찍고, 검정 '비니루'에 들어있는 맥주나 백세주도 한잔씩 권하고 있었다. 건전한 친구들이다. 축하의 인사를 건네고, 택시가 안잡혀서 골치라니 자기들고 같이 술이나 먹잖다. 그래 좋다. 어차피 택시도 안잡히는데. 그렇게 길에서 술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다른 사람들도 들려서 사진도 찍고, 술도 마시고, 여차저차하다보니 나는 애초에 있던 무리가 아니라 그냥 또 그 무리에 다가왔던 다른 무리에 속해있었다. 그렇게 얼렁뚱땅 강남역에서 3시까지 그냥 텅빈 머리로 즐거이 보냈다.
좋았다. 말도 안되게 처음보는 순진하고 순수한 즐거운 기분만을 공유하는 무리들과의 시간은 가장 다른생각없이 순수하게 보낸 오랜만의 시간이었다.


2. 토요일 오후에 광화문쪽에 일이 있어, 종로쪽을 지나고 있었다. 동묘쪽부터 슬슬 막히기 시작하길래, 연휴라서 차들이 많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왠일인지 차는 좀체로 뚫릴 것 같지가 않았다. 뭐지 이거 하면서 슬금슬금 가다 종로쪽에 당도하니 저기 멀리서 뭔가 깃발들이 보였다. 아. 집회가 있구나..약속에 늦겠네.. 돌아나가야겠다라고 생각을 했다. 우회를 한참하고 이쯤이면 시위대는 돌아나왔겠지하고 골목에서 빠져나오는 순간.
시위가 한창인 곳으로 빠져나왔다.

1) 도로를 점령한 사람들.
  - 시위를 하는 사람들은 무언가에 대해 말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지만, 나는 도통 그들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지 알수 없었다. 자동차가 가는 길에 나와있는 사람들은. 차속에 사람들에게도, 인도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자신들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잘 전할수 없었다. 효과적인 방법이었을까? 뭘 말하고 싶었을까? 알고있다. 할 말이 있는데, 들어주는 사람이 없을때의 답답함은. 그러나. 그들에게도 말하는 방법도 중요하다.

2) 도로를 점령한 사람들을 막고 서 있는 그들.
  - 의경들. 그들은 앳되다. 그리고 겁도 많이 난다. 하지만 그들은 조직이다. 즉. 개인이 아니다. 따라서 조직적인 생각에 동화가 된다. 특히 자신들의 겁을 덮어두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조직적인 사고를 하게된다. (아마 이것이 조직이 갖고 있는 가장 무서운 점일지도 모른다). 명령이 떨어지면 그들은 아마 한명,한명으로는 다들 친구이거나, 형뻘이거나 누나뻘이거나 혹은 아버지뻘인 사람들을 향해 달려나가 완력을 사용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겁이 많은 스무살에 조직에 들어와있는 사람들이고. 당장 나 자신과 그들과 함께 먹고자는 동료가 다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힘과 힘이 충돌해야하는 시점이 오면 그들에겐 그것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카드일 뿐이다.

3) 도로 건너편 저 멀리 보이는 모텔 창문으로 이 장면을 지켜 보고 있는 누군가.
  - 시골에서 올라와 편히 쉴곳을 찾아들어갔거나, 사랑하는 연인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갔거나. 어쨌든 그는 그의 시간을 소음에 방해받았을 것이고, 무슨 일인가 해서 창을 열었을 것이다. 잘 파악되지 않는 상황, 그러나 군집된 사람들. 어떤일이 벌어질까 하면 보았을 것이다. 같은 시간에 전혀다른 상황에 벌어지던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공간. 행여 만약 이 집회가 미래를 바꾸게될 중차대한 아주 의미있는 것이였던들. 지금 시위대의 누구도 저 창가의 누군가를 시대의 방관자라고 말하지는 못할. 그냥 그 일에 상관이 전혀 없던 제3자. 소음이 방해일 뿐인 그런 사람.

이런저런 생각중에 시위대와 진압대 사이에 나는 끼여져 버렸고. 갑자기 의경들은 사람들을 쫒기 시작했다.

4) 진압대와 시위대 사이에 끼인 차안에 갇힌 사람.
  - 눈앞에서 벌어지는 진압광경에 창을 꼭 잠가두고. 진압장구와 차위로 밀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걱정이 들었다.
행여 내차가 찌그러질까. 깨질까. 어디 기스가 날까. 이게 파손되면 시위대에 손해배상을 해야하나, 경찰청이나 서울시에 해야하나.
사람은 모든 것을 넘어, 내가 닥친 일에 신경이 곤두서는 모양이다. 역시. 그런 모양이다.

나 역시. 위의 사람들 모두.


3.  일요일 오후의 공원은 날이 좋아서 인지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여유롭기도 그지 없다. 시간은 분명히 상대성이 있다.
넓은 공간에서의 한시간과 좁은 방이나 사무실에서의 한시간은 그 밀도가 틀리다. 그럼에도 너무 많은 시간을 실내와 의자위에서 보내야 한다.
여유롭게 넓은 공간에서 여유를 부리기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바람이 좋았다. 솜사탕도 좋았고. 아이스크림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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