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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에 해당되는 글 1

  1. 2009.02.05| | (090204) #2. 박과장@한성생고기
술은 뭐 마실래?
- 아뇨. 오늘은 고기만. 사이다만 하나.
요샌 그쪽은 어때?
- 뭐 정신없고, 이랬다가 저랬다가. 언제나처럼 그렇죠.

재밌는건 없고?
- 있으면 좀 알려주세요. 말그대로 재밌는게 '하나'도 안보여서.
글쎄. 요샌 나도 테니스도 안치셔서.
- 난 땀는거 싫어한다고 말씀드린거 같은데.
그나저나 서부장은 어제는 왜 그런거야? 다시 시작인가?
- 글쎄요. 좀 그래요. 아무래도 꼭 같이 불러놓고 윗사람 깨니깐. 차라리 나를 보내고 깨던지. 불편해요 그런건.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는거죠.그런거 회사생활에서 제일 힘든거 같아요. 야근이나 업무 어려움보다 두가지의 미래가 그려진다는거. 지랄하는 서부장처럼 팀원들을 무례하게 굴면서 윗사람들한테는 가식적으로 하면서,점차 직위가 올라가면서 더 심해질수밖에 없긴하지만 서부장의 경우는 좀 심하긴 하죠, 승진? 이나 좀 더 오래 다니기 위해서 삼시세끼중 한끼도 가족과 안먹고 뭐하나 회사생활밖에 없는 삶을 살거나, 깨지는 최차장님처럼 아직 애들은 어리고, 다른 대안은 마련되지 않았고,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마저 안지키는 사람한테도 어쩔수 없이 입도 다물고 있어야되는 두가지의 극단적인 케이스. 보고 있으면 힘들죠.
그나저나 어쨌거나, 회사, 조직에서는 서부장같은사람이 더 효율성이 높은거니깐. 조직내에서 두세단계 아래의 사람은 사실 내 직속이 아니니깐. 신경쓰이기보단 성과가 주로 평가되니깐, 그런 사람들이 더 승진도 빠르고 하지. 비인간적이긴 하지만.
- 어떻게보면 회사일, 아니 어떤 일을 하면서 재미를 느끼는게 정말 어려운 일이기도 하지만. 최소한 서부장은 가학적인 부분에서 재미를 느끼는 것 같기도 해요. 일종의 매조키즘 같은거.
강호순이랑 비슷한건가? 상대방의 고통을 못느끼는. 그럴수도 있겠다. 확실히 자기감정과 자기생각을 위주로 시야가 정해져있지.
- 강호순도 그렇지만, 사실 어떻게 보면 서부장같은 사람도 안된 걸 수도 있어요. 사실 사람을 죽이면서도 타인의 고통에 감지하지 못한다는거, 그사람들이 악인이 되고자 해서 된게 아니라, 살아오다 보니깐 어떤 것들을 조금씩 경험해오다 보니깐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거자나요. 그사람들이 어쩌면 죄의식을 못느끼는 건 당연한 걸지도 몰라요. 그사람들이 생각할때 억울할 거 같기도 해요.  그냥 그렇게 된거니깐.
 그렇지. 사실 아주 옛날에도 사람들을 죽이고 그런사람들도 많았을거야. 그때는 또 그때의 도덕이나 사회적인 법으로 판단했겠지. 그냥 잡아다 죽일수도 있고, 뭐 자주 있는 일이니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을 수도 있고, 어느 시대나 그런 사람들은 있었을 꺼야. 상황과 시간에서 나온 결과물이니깐. 지금사회에서는 용인이 절대로 안되는 사회인거고. 동성애도 예전이 더 용인되는 사회였자나. 좀 다른 면이 있지만.
- 어쩌다보니. 강호순이랑 동급이 되버렸네...괴물이 되어버렸네..서부장은. 하여튼 그래요 조직이라는 곳에 구성원들의 극단적인 면들을 보면.사실 대부분 두가지 길로 나눠지죠. 조직에서 언제까지 어떻게 태도를 가져갈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죠.
 뭐 너도 봐서 알겠지만 나는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하진 않자나. 15년 넘게 일을 해오고있지만 야근은 일이 있을때는 어쩔수 없지만, 주말근무는 정말 아니라고 생각하고, 욕을 먹어도 그냥 내가 할일 내 페이스에 맞춰하고, 남들은 무디다고 답답하게도 생각하겠지만, 뭐 난 이게 편한거 같다. 어쨋든 회사에서 월급은 나오자나. 큰욕심이 없으면 이렇게도 할만해. 그리고 돈은 공부도 하고 운도 좋으면 다른데서 벌수도 있고. 월급만 받아도 지금은 살 만은 하고. 얼마를 모아야한다 이런거 없으면.
- 회사를 관두고는 생각 안해봐요?
 글쎄. 난 안해보는데. 그때가 되면 또 어떻게 길을 찾아가겠지.
- 아무런 준비없이 본인 페이스 맞춰 일하다가 회사를 갑자기 타의로 관두게 된다면, 갑자기 내가 관두게 된다면하고 생각은 안해봐요?
 ~일까봐 ~한다. ~일까봐 ~못한다. 이런게 안좋은거 같아. 내생각에는. 그냥 지금에 큰 욕심안부리면. 뭐.
- 역시..대인이셔.
 넌 너무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은거 아닌가 싶다. 너 결혼을 해버려.
- 결혼은 혼자하는게 아니거니와, 연애도 쉽지 않은거 아닙니까? 질풍노도의 대한민국 서른한살한테는.
 가끔은 어쩔수 없게 다른 길을 다 막아놓고, 남아있는 하나의 길만 가는 걸로 해버리는 것도 사는 방법중에 하나야.
- 글쎄요. 그렇기에는 난 너무 착하고 성실해서. 그거에 내가 짓눌릴거에요.
웃기네. 연애를 하거나. 뭔가 재밌는걸 찾아보는게 중요한거 같긴해
- 연애는 마취죠. 마취하면 지금 고민해야할 것들을 못하는 거니깐. 해결은 안되고.
고민이 마취되서 때를 놓치게되면 해결이 될 수도 있지. 아까말한 남아있는 하나의 길을 갈수밖에 없는.
- 무책임하지만. 그럴싸하다.
요새 제일 좋았던 기억 뭐야?
-  글쎄요. 고등학교 때나 스무살 중반까지만해도 막 조그만거에도 하루종일 낄낄대거나. 크게 좋아하거나 한 그런거 많았던 거 있었던거 같은데. 요샌 도통 그런 기억이 없는거 같네요. 하루하루가 다르게 전혀 생각지도 않던 고민은 많아지는데.. 과장님은 뭐 있어요? 뭐가 제일 좋았어요? 살면서.
난. 혼자 좋아하던 여자를 첨으로 업었던 순간? 
- 그게? 다? 그게 그렇게 인생에서 가장 좋았어요?
며칠은 간거 같은데. 그 '하이'한 기분이. 누워서도.
- 그렇다니깐 결국엔.인생의 최고 행복의 찰나조차도. 만족감은 길어야 며칠이라니깐 결국 그 기분은 까먹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자나요. 그리고 그 여자때문에 고민한건 얼마나 되요?
 글쎄. 한참 오래였지.
- 그렇다니깐. 항상.
재작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을때 생각해보면, 아프셨으니깐 마음은 먹고 있었는데. 사실 그전엔 병원에서 발견을 했더라면 달라질수도있었겠지만.
어쨌든 마음을 먹고 깊은 수렁에 오래 빠져있었자나. 그 수렁에. 근데 생각보다 지금은 물론 상실감이라든지 좀 다른 감정들은 남아있지만. 그때 내가 빠져있던 기분은 잘 기억이 나지 않아. 그냥 잘 또 살고 있게된다.  
 - 그런거 같긴해요. 그래도 나는 사람이란게 만족감과 행복을 느끼고, 그걸 가져보려고 많은걸 포기하고 사는데, 그걸 얻는 순간에 가지는 쾌감은 그 준비시간에 비해 너무 짧다는 거에 대해 굉장히 실망하지만.인정할수밖에 없어요. 반면에 어떠한 선택이나 고민, 위기, 상실,좌절에 빠지면 그건 너무 너무 깊고 오래간다는거. 너무 불공정해요.
 작은 좌절이라도 고통을 느끼는 순간은 무겁고 긴 시간동안 지속되지만, 지나고나면 그 기억은 생각만큼 잘 나지 않는다. 반면에 기쁨과 행복을 느끼는 순간은 찰나지만, 그 이후로 오랫동안 그 순간의 좋았음을 꺼내보며 기억할수 있는 거니깐. 그렇게 억울하게는 생각하지마.
 - 오오..거의 오늘의 깨달음 수준이네요. 

 - 그나저나 고기는 정말 맛있네요. 살치살이란.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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