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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산이요
친구분은 어디로?
-목동으로요
둘다 머네.목동이 더 먼가
. 비슷하겠네..
-네...
오늘은 손님이 없었어, 어제도 한참 장거리만 있다가. 밤되서만 몰렸지
-요새 많이 줄었죠
조금은.아무래도.
-아무래도 저부터 택시타는걸 꺼리게 되거든요 왠지. 운전하시는 분들은 벌이가 타격이 클거 같아요. 택시가 줄이기 쉽자나요.
괜찮아. 벌만큼 벌어. 뭐 다른기사들이 말하는게 맨날 어렵다 해도. 사실 벌만큼 벌어, 손님은 줄었어도 또 가스비가 많이 내렸자나 1070원하던게 800원대니깐 할만하다고 보면되지. 손님 준만큼 충당이 돼 
-그래요? 그런얘길 다른 기사분들한테 한번 못들어서
그쪽은 얼마나 버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볼땐 기사도 벌만큼 벌어. 다른기사들이야 앓는 소리로 사납금이니 뭐니 하지만. 왜 그러나들 몰라. 동정받으려고 그러는건가?
- 보통 뭐 떼는거 많다고 하시든데요
사납금이 25%야 75%는 내가 가져가는거고. 거기 25% 가져가는거에 하루 26리터 가스비 포함이지.4대보험도 들었지.차 정비하지 회사도 관리해야지. 정비인력도 줘야지. 관리하는 아가씨들도 5~6면되지. 회사가 오히려 더 힘들지 않나 몰라?오히려 타이트하게 관리 하지않으면 회사가 더 어려울꺼야. 운전만 하고 75%면 괜찮지
-하루에 사납 떼고 10만원 정도만 번다고 해도 25일 근무면 250인데요?
10만원이 더 되지. 내가 한달에 집에 가져다 주는게 250이고, 소주먹을 돈이며 해서 지갑에 15만원씩은 챙겨두니깐 연봉 3000은 된다고 봐야지
- 하루에 몇시간 일하시는데요?
12시간 5-5시. 26일 근무 한달에 4일 일요일은 쉬는날인데, 2일은 차를 줘 그땐 사납을 안뛰지. 못해도 그런날은 20은 번다고 봐야지
-저보다 나은거같은데요. 저도 하루에 평균 12시간 근무하는데 야근비도 안주거든요
얼마나 버는데?
-저도 뭐 한 3천정도 되죠
택시도 일하는 것만큼 받는거야. 다른 기사들이 하는소리는 앓는 소리가 많아.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앓는 소리들을 그렇게 하는지 몰라. 동정을 인정이라고 착각하는지.
-그러게요

-저도 운전좋아해서 가끔 택시운전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하곤 했어요
ㅎㅎ 마냥 쉽진 않아. 운동 열심히 해야돼
-운동도 하세요? 저보다 나으신데요?
체력이 필요해. 내가 처음에 1년정도 그걸몰라서 고생을 좀 했지. 택시가 종일 앉아있으니깐. 운동을 해야하거든. 낮밤도 바뀌고
-그렇겠네요. 낮밤 바뀌고 이런것도 꽤 힘드시 겠네요?
뭐든 즐겁게 하면 되지. 고되다 하면 더 고된거야. 얼마나 운전이 즐거운일인가, 밤에 이런 늙은이가 어디서 젊은 아가씨랑 드라이브하면서 데이트를
 해보나. 즐겁지. 그러고 딱 데려다 주면, 돈도 줘 ㅎㅎ, 자네하고도 이런얘기도 하고 얼마나 즐거워. 즐겁게 일해야지. 이러고 들어가면 손주들 과장자 사줄 돈도 딱 챙겨가고. 
-그렇네요. 그러고보니깐.

몇살이야?
-올해 31요
79년생이구만
-정확하신데요?
둘째가 79 ,31살이거든 이거 아주 문제아였어. 어릴때부터 배짱이 좋았거든 지 형패는 놈들 다 패주고 공부도 안하고 돌아다니고, 그래서 잡아두려고
운동을 시켰지, 태권도를 그랬더니 이놈이 태권도 갔다가 에어로빅을 하고 있는거야 --;, 그래서 사내새끼가 하면서 합기도도 시켰지. 3단, 3단이야
이런놈이 고등학교 가더니 그런놈들하고만 어울려서 아주 싸움으로 1등먹고 나왔지 ㅋㅋ
-걱정 많으셨겠네요
뭐 그래도 이놈이 당장 먹고살려니깐 나중엔 정신차려가지고 뭐라도 해라 했더니, 가진게 없으니. 친구하고 동대문 옷장사를 나가더라고
-그거도 첨부터 쉽지는 않았을텐데요
바닥부터 했지. 그래서 가게를 내더라고. 근데 그게 어려워 요새 경기가. 깔딱되더라고.
-요새 워낙 힘드니깐요
그래서 내가 그랬지.어려우면 관둬라,어차피 때를 기다리고 다음기회를 보는게 나으니깐 접고 다른걸 찾아보느것도 좋다.
-아버지로 그런말이 힘들자나요.아무래도 자식이 고생한는 것도 싫지만. 어쨋든 자리를 잡아가기를 바라자나요.
어려울때는 빠지는 것도 알아야돼. 붙잡고 있는다고 나아질것도 없고
-일반적인 아버지한테는 듣기 어려운말씀하시네요. 멋있으신데요
그랬더니 이놈이 접고 또 어떻게 식당을 친구하고 잡아서 배달부터 하면서 또 뭘 하더라고. 어쨋든 다음주면 손녀도 나와 ㅎㅎㅎㅎ
-앗! 결혼도 했나보죠?
안했어?
-네 전 아직.
얜 2년됐지, 예전에 한 5년 만난여자. 부모님 모시고 살꺼다 이렇게 줄창말했는데. 여자가 싫어했나봐. 하~ 그러니까 이자식이 딱 헤어지고 다른 여자 만나서 결혼했지 아주 착해. 며느리가 어머니 일찍 여의고, 사랑이 부족했는지. 우리가 딸처럼 생각하니깐 아주 예뻐. 첫째도 손주가 또 나오거든 이제 막 나오면 손주 손녀가 셋이야.ㅎㅎ 요샌 다 성별도 알려주거든
-그러네요 축하드려요.
근데 왜 안갔어? 여자친구 없어?
-그러게요. 그게 쉽지 않네요
뭐가 쉽지않아?
- 회사다니면서 누구 만나기도 바쁘고, 기회도 적고. 마음 알기는 더 어렵고.
먹을 시간은 있자나, 그럼 돼. 주변에서 찾아 얼굴은 어디나가 창피하지만 않으면 되고,착한사람으로.
-착한사람이 중요하죠. 엄청 얘기하시면서 기분이 좋아보이세요
그치. 손주가 3명이 된다니깐
-이런말씀들으면 참 저는 불효하는거에요
그치.ㅎㅎ 형제는?
-누나둘이요 둘다 안갔어요
허허 다들 일을 엄청 사랑하나?
-글쎄요
부모님들이 애가 타겠구만..아버지는 나이는?
-올해 63요, 퇴직하시고 취미생활하시고 뭐 인생의 황금기시라는데 그거하나 걸리신데요 숙제안한것처럼.
하여간 멋지셔요. 손주도 3명이나 보시고 일도 즐겁게 하시고. 아들내미한테 하시는 말씀도 호방하시고.
내가 올해 58이야 왜 일을 하는줄알아? 이건 정신이야. 내가 예전에 사업을 몇십억 단위로 2번을 말아먹었어, 한번에 수십억씩.
지금으로 치면 더 큰 돈이겠지. 내가 자식들한테 물려줄건 없어도. 정신은 물려주고 싶은거야
-멋지시네요
여기서 우회전인가?
-네,저기 앞에 횡단보도에서 세워주세요
저기?
-네
즐겁게 해, 그리고 열심히도 하고. 장가도 가야지. 할꺼 무지하게 많겠네 올해는
-그러게요. 뭐가 막 많아진거 같은데요.여기 계산요
죄송한데 사진 한장만 찍어도 될까요? 오늘 들은 얘기가 좀 와닿아서요. 인터넷 홈페이지에 좀 같이 적어두려구요

뭘. 됐어. 하지마. 새해복 많이 받아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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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에 무지한 나는, 꽤나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그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그래서인지 나는 기술의 발달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보다 그로부터의 폐해나 위험. 그러니깐  어느 순간 폭발성을 가져버린 기술의 발전이 가져오는 보통사람들에게의 갖게하는 부담이 늘 걱정이고 고민이다(나의 순수한 개인적인 고민이다).
어느 순간 이후로 기술이 인간의 편의를 도모한다고 그럴싸한 말로 귀를 막아놓고는 사실 기술이 만들어놓은 컨텐츠 및 제품들을 가지고 사람들의 정신적, 물질적인 소모와 소비를 강요한다는 것이다. 많은 경우에 새로운 기술을 사용자의 측면에서  모든이가 새로운 생산의 도구로 사용 할수있는 것이 아니라 소비라는 일방적인 형태로만 이용되어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자본주의 사회가 대세인(금융위기니 뭐니해서 그 구조적 변화가 있을 것이라해도 이는 거스를 수 없는 것인걸 안다) 이 지구에서, 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끈임없이 기술은 욕구를 창조해낸다. 없어도 행복할 욕구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이 무지한 문과출신은 기술이 가끔 놀랍고 신비롭고 경탄을 보낼 때가 있는데.
바로 위와 같은 것들을 마주 할 때다. 참으로 기술은 상상하던것을 표현해내는 데에는 적합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거부감과 경계심을 풀어버린  IT 이용이랄까? 이상한 용어가 나오면 '움찔'며 얼어버리는 나에게도 다시금 좋은 순기능도 있구나 하고 생각을 하게 하기도 한다.(미셸 공드리도 탁월하다. 티안내고 쓰는것으론) 이러한 것들은 IT가 '주'가되어 '이건 이런것도 할수 있어! 어때? 끝내주지?!' 하고 보여주는 게 아니라, '야 이런생각을 했었는데 이렇게 표현을 할수도 있더라구'의 경우이다.

글쎄. 글이 오늘따라 유난히 자동기술법에 의존하고 있는거 같긴한데.
가끔은 악기와 더불어 IT를 잘 다룰 수 없음(21세기의 보통사람 수준으로도)이 개인적으로 아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위와 같은 것을 볼때면. 
IT를 두려워하고, 못 믿음에도 불구하고.

별첨. 얼굴도 보이지도 않고 일면식도 없지만. 저 여성분. 사랑스러우시다. 이럴때가 있다. 어떤 이성이 가진 재능 또는 그가 가진 단 한가지로부터 반해버릴 때. 다른 모든것들이 맘에 들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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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2009. 1. 1. 23:44

(090101) 2009.01.01



뭐랄까. 2009년은 아주 담담하게 왔다. 서른이라는 이상한 숫자놀음에 굉장히 고단하게 맞았던 작년과는 다르게,이미 삼십대의 두번째 해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슬며시 들어와서 이제 '나이라는 건 세알리지 않는게 더 낫지?'라고 하듯이 담담하게 와있다.

종무식 덕택으로 아주 오랜만에 해가 떠있을 때 회사에서 나왔다. 오면서 그래도 08년도를 정리해야한다는 생각이었는지 작년 한해 동안에 나에게 벌어진 일들과 사람들 그리고 나에게 작던 크던 감정의 요동과 생각들을 갖게 했던 노래, 영화, 사건 등 이러한 것들이 떠올려졌고 그것들을 '○○○ of the year' 라는 제목으로 정리하여 쓰려고 했었다.

그리고 집에 들어와서는 잠이 들어버렸고, 나는 12시간 넘게 잠에 들어있었다.
얼마만에 이렇게 오랜 시간 잠을 잔지 모르겠다.최근 2년 넘게 이렇게 잠을 잔 적이 없었다. 잠을 잘 들 수도 못했고, 피곤해도 깨지고, 또 시간이 많은 휴일이어도 정신을 놓더라도 자는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푹 잠들지 못했던건지, 버릇이 되어버린건지.
하여튼 그랬다. 최근 2년동안 하루 권장시간이라는 8시간을 자본적이 없었다. 위대한 누군가처럼 무엇에 매진하여 잠을 잘 시간이 없었던 것도 아니라 말그대로 잠을 잘 수가 없었을 뿐이다.

아마 2008년은 그렇게 피곤했나보다. 그리고 2009년은 첫날부터 잠을 자게 해주는 것 보니 좀 지난해보다는 좀 나아지려는 건가 하는 새해 특유의 근거없는 긍정이 솟아나는 것 같았다(그렇게 유도하고 싶다).

잠을 많이 자서, 새해가 어떻게 밝았는지도 모르겠다(심지어 자는동안에 꾼 꿈은 어린시절에 좋아하던 떡볶이에 가서 마구 먹은 내용 뿐이다).
이것이 어떻게 새해 첫 느낌과 각오가 되겠냐마는,
나에게는 굉장히 의미심장하게 다가왔을 뿐이다.

단절과 시작이랄까?


※ 쓰려고 했다가 생각만 하고 못쓴. 
    1. 조직_관계
    2. 또래의 고민
    3. 80년대
    4. 수집
    5.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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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2008. 12. 27. 02:37

(081226) 이 별

1. 사실 벌써 헤어졌어야 하는게 맞았다.

이미 마음이 떠난 연인을 다시는 곁에 두지 못할까,  돌아서서 저리 가버리면 다시는 보지 못하게 될까 하는 불안함에 무표정한 얼굴과 그보다 더 무표정한 손을 억지로 잡고 놓아주지 못하고 있었던 것과 같았다. 아니 그 무표정은 무표정해서 무표정이 아니라 더이상 지을 표정조차 없이 지쳐 진이 빠져버린 무표정에 가까웠다. 그렇게 힘들게 나를 만나고 있었음은 진작에 알고 있었음에도.

나는 욕심을 버리지 못했고,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어쨌든 이러한 상태로 오래 갈 수 없음는 알고 있었지만, 애써 모른척 하고 있었다.
아직은 아니겠지. 같이 한 시간이니 만큼 정이란 걸 떼기 어려울꺼야.라고 시간이 지날 수록 만날 때마다 오히려 난 더 애정을 표시했고, 실제로 나의 마음은 그러했다. 어쩌면 그것으로부터 점점 다가오는 이별을 모른척 하려 했음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이런식은 곤란하다. 이런 식의 갑작스러운 이별은 미처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 반응을 해야할지 어떻게 보내야할지도 모르게 되어버린다.  밖에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데 우산은 없고, 약속시간은 늦었고 택시는 잡히지도 않을 때, 비를 쫄딱 맞는 것은 어느정도 마음이 다져져 있기 때문에 춥고 축축해도 버틸 수 있지만, 짱짱한 봄날에 꽃단장을 하고 상큼한 노래를 들으며 한껏 들뜬 마음에 집을 나섰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내려 이 모든걸 적셔버리는 것과는 분명히 다르다.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이별통보는 마치 후자와 같은 것이다.

'오늘은 날씨가 3시에 공원에서 만나자'
라고 여느 때와 같이 해놓고 막상 나가니

'이제 그만 만나자' 
와 같은 따위의 밑도 끝도 없는 헤어짐 말이다.

그러니깐 사실 위에같은 말은 아직 헤어짐을 인정하지 못하는, 고등학교 때 배운 '낙화'라는 시를 여전히 깨우치지 못한 나의 푸념일 뿐이다.
헤어질 때를 억지로 잡고 놓아주지 못하고 있던 나를 원망해야 마땅하다.


2. 나는 물건을 고르는 안목이 아주 뛰어나거나, 쇼핑을 자주 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예전부터 살 것이 있어 같이 동행을 하던 엄마나 누나 혹은 예전의 친구들은 꽤 나를 까다롭다고 했다.  그 이유는 나는 내가 정해놓은 아이템의 규칙이 있어서 그러한 조건에 부합하는 것이 발견되기 전에는 선택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없으면 차라리 사고 후회 하느니, 차라리 내가 정해놓은 규칙에 부합되는 제품이 나올 때 까지 기다린다라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정말 어처구니 없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정말 이거다 싶을 때는 똑같은 것을 세개나 산 적도 있다. 선물도 아니고 모두 다 내가 쓰려고 말이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가는 만큼 예전보다 훨씬 유해지기 했지만 여전히 무엇을 선택할 때  최소한 '이거는 지켜줘야 한다'라는 선은 분명히 존재하고 유효하다.   


3. 처음으로 정장이란 걸 입게 된 것은 대학교 때였다.

누구나 그렇듯이 처음은 언제나 성공하기보단 실패하기가 쉽다. 처음 산 정장을 입게 됐을  행거에서는 멋졌던 옷이 나에게서는 어색하기만 했다.  나중에야 깨닫게 되었는데, 그 어정쩡함의 여러가지 원인들 중에서  캐쥬얼에만 익숙해있던 나의 자세가 어색하게 만든 이유의 8할은 넘어보였다. 
 이제는 매일 정장을 입고 출근하긴 나이긴 하지만(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정장을 완전히 신뢰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정장이란 것은 누구말처럼 현대를 살아가는 남자들에게 전장에 나가는 '기사의 갑옷'과 같을 때가 있다. 비장하고 중요한 순간을 앞두고 면도-셔츠-타이-정장을 입는 행위는 꽤나 하나하나 신경이 쓰이고 마음가짐 뿐아니라 자세까지도 실제로 바꿔버리기 때문이다. 일례로 중요한 면접을 보러가거나  상견례 또는 결혼을 할때나, 혹은 조문을 가는데(말하자면 개인과 개인 혹은 사회와 사심을 가장  순수하게 가린 채 그 조우의 형식과 그 내용이 주가 되는 그런 때와 장소) 추리닝을 입고 가기에는 역으로  굉장한 용기가 필요하게 되었다라는 것이다.

 일상이 아닌 개인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거나 또는 격식이 필요한  때와 장소가 필요한 때가 있다는 것을 나이가 들어 알게 됐었을 때, 그러니깐 이제 더이상 반팔티와 청바지만 입고 어디든지 갈 수 있는 나이는 지났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내가 해야 할것은 분명했다.
나에게 가장 잘 맞는 '갑옷'을 하나 준비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니깐 남들이 말하는 좋은 브랜드나 비싼 가격이 그것을 가르쳐주는 것은 아니고, 나에게 가장 잘 '맞는' 것이여야 했다.  그것은 단 하나면 족했다. 회사에 입고가는 모든 옷이 그럴 필요도 없고, 내가 꼭 필요한 순간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한벌이면 됐다. 남들이 볼때 어제 본 것과 오늘 본 것에 대해 전혀 눈치를 못채더라도, 실제로 다를 게 하나 없더라도 나는 마음가짐이 일단 다른 그런것이 필요했다. 바로 '내 것'임을 알수 있는 그런 것을 말이다.


4. 처음 만났을 때 그랬다.

난 누구에게도, 무엇에게도 한번도 첫눈에 반한 적이 없었다. 아니 첫눈에 반해도 그것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왠만해선 최대한 애정을 품으려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일종의 자존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하면 무수한 시행착오 끝에 드디어 만났다는 그 기분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화이트셔츠는 정장보다 자주 사지만, 정장보다 더 여러군데 입을 수 있다. 정장을 입을 때 가장 기본이지만 언제나 기본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매일 갈아입는 여러가지 셔츠들 가운데 진짜로 가장 나에게 잘 맞는, 가장 내가 신뢰하고, 어쩔 수 없이 필요한 날에 내가 찾아들 수
밖에 없는 한 벌(두벌도 안된다. 그러면 그 존재감이 약해진다)이 꼭 필요하다라고 생각한다. 어찌보면 자주 입지않아도 그런 하나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든든한지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 각설하고 남자에게 어떤 화이트셔츠는 그만큼 중요하다는 나의 생각이라는 얘기다.

그 '한 벌'에 대한 나의 조건은 까다로웠다. 절대로 하얀색이어야 한다. 절대로 아무런 모양이나 색도 없어야 한다. 심지어 실조차도.
어깨는 딱 맞아야한다. 남들이 생각하는 맞는다는 것보다 아마 0.5에서 1인치는 더 안쪽으로 들어와있을 거다. 허리도 잘 맞아야한다. 정확히 말하면 요새 유행하는 잘록한 허리의 그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팔을 앞으로 나란이 하여 팔을 엇갈렸을 때 양 어깨쭉지에서 양 허리와 등 사이에 두 축이 생긴다는 느낌이다(왜 이것이 중요하냐면 이 느낌이 들면 어디에서도 자세가 엉클어질수 없다) . 팔은 절대로 겨드랑이와 어깨를 두르는 통이  커서는 안된다. 그리고 그 통과 손목으로 내려오면서의 폭은 차이가 나지 않을 수록 좋다. 그리고 절대로 소매 끝부분에서 팔통이 확 좁아지는 것은 절대로 안된다. 소매의 끝은 완전히 내렸을때 손등을 1/3정도 덮으면 된다(사실 이건 수선이 가능한 부분이기 때문에 다른 조건에 비해 중요하지는 않다). 그리고 다시한번 말하지만, 절대로 아무런 무늬가 없는 절대로 하얀 색이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 모든 것은 입었을때 이러한 조건 하나하나를 체크하는게 아니라, 입는 순간에 다 알아채버려서 '아.이거다'하는 그 느낌이 있다. 녀석을 처음 만났을 때 바로 그랬었다.


5. 모든 것에는 유효기간이 있었다. 나만 좋다고 언제까지 같이 할수는 없다.

벌써 헤어지는 것이 맞았다. 이미 양소매는 솔기가 터지기 시작한지는 오래됐었다. 목 뒤부분은 또 어떤가. 정말로 닳아서 구멍이 나기 직전이었다. 
한번 입을 때마다 세탁을 해야하는 화이트셔츠의 운명이기 때문에 내가 자주 집어들수록, 그 기분좋음을 느끼려 할수록, 처음의 그 하얀 빛은 점점 잃어갔고, 더 많이 세탁소에 가야했고, 더 많이 다른 옷들과 화학약품속에서 섞인 채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했을 것이고,그럴수록 더 세탁소에서 돌아온 이후도 예전같이 되긴 어려웠다. 하지만 나는 그조차도 녀석과의 함께한 시간이라고 여겼고, 그것이 더 멋지다고 생각했다.  아마 누가 최근의 이 화이트 셔츠를 입은 나를 구석구석 발견했다면 어떻게 이렇게 될때까지 입느냐고 이제 제발 그만 입고 버리라고 했을 것이다. 그 정도로 많이 상해 있었다. 그럼에도 더 대단한 것은 이 녀석은 나를 절대로 그렇게 누구에게도 보이게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한 모습을 보는 것은 그 '한 벌' 이라는 화이트셔츠로써의 본인의 자존심도 많이 상하게 했을 것이다.
 
오늘도 평소와 같이 기분좋게 녀석을 들어올려 입었을 때, 녀석은 작은 소리를 냈다. 셔츠라는 이 녀석의 본분을 생각했을 때 단추 부분이라든지, 소매끝자락이 튿어질 수는 있지만. 등쪽 어깨부분이 튿어진다는 것은 정말이지 어려운 일이다.

나는 직감을 했다.
하지만 그대로 벗어 다른 옷으로 갈아입는 다는 것은 이 녀석에 대한 나의 마지막 예의가 아니였다.
그대로 나는 위에 스웨터를 겹쳐 입었다. 그 스웨터 안에서 내가 움직임을 할때마다 녀석은 점점 더 상처가 커져갔지만 그렇게 마지막을 보내는 것이 내가 할수 있는 전부였다. 그리고 오늘을 마지막으로 더는 내가 우겨서도 같이 할수 없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녀석이 항상 좋았던 것만은 아니었다. 조금은 더 얇은 녀석이라  땀에 잘 젖어 여름에는 특히 몸을 더 조심히 움직여야 했고, 엄마는 다리기 어려운 이 녀석때문에 성질을 내며 세탁소에 맡기시기 시작했으며. 조금은 때도 더 잘탔고 과하게 몸을 움직이기엔 다른 옷들보다 더 불편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모든 게 그렇듯이. 헤어지고나면 바로 그 순간부터 이 모든 것들조차도 그리운 법이다.


만날 수 있을 지도 모르는 또 다른 그 '한 벌'의 화이트셔츠를 만나 너를 까맣게 잊을 때까지.
그 많은 시간과 장소에서 나를 다스려줬던.
그 많은 추억과 생각들을 만들어줬던.


'한 벌'의 화이트셔츠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오늘 이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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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솔직히 말해서 노희경의 드라마는 시청률이 안나온다고 뭐라고 하면 안된다. 이런류의 드라마는 '흥미의 드라마가 아니라 '이해'의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겪어본 사람만, 아니면 최소한 이해와 공감이 가능한 사람들이 봤을때 그 감정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깐 아직 어리거나 이해력이 부족한 어른이거나, 꼭 그렇지 않아도 경험을 아직 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도통 뜨뜨미지근한 그런 류의 드라마 정도일뿐이다. 송혜교와 현빈이 나올뿐인 뜨뜨미지근한.. 사실 시청률 5%라고 한다면 100명중 5명이라고 한다면. 난 이것도 꽤 높다고 본다. 내가 아는 백명중에 5명이 있을까?싶다.
혹은 숨기거나 있거나.

2. 오늘 지오(현빈 분)는 나빴다. 주준영(송혜교 분)이를 생각했다면 그러면 안된다. 여자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될거다. 인간적으로도 그러면 안된다. 근데 난 이해가 됐다. 나쁜거 아는데, 그러면 안되는지 아는데 이해가 됐다.

남자의 자격지심.

이거 참. 나쁘다. 늪과 같아서 갑자기 튀어나와서. 슬금슬금 목을 조르는거다. 그렇다고 언제 어디서 나올지,시작할지 모른다.
(지오는 준영이가 부잔거 알고있었을거다. 그런데 뭐 상관없이 좋아하니깐 만나고 잘 만나고 있었다)
내가 연애하고있는 누군가보다 얼굴이 못났거나, 돈이 없거나, 키가 작거나, 지식이 짧거나, 이런거가 하나 부족함이 없어도, 오히려 남들이 볼땐
완벽해 보이더라도, 연애하는 상대가 보기에는 하나 부족함이 없더라도.
(준영이는 지오를 많이 생각한다. 그리고 지오를 많이 좋아한다. 그리고 지오가 준영이네 만큼 못사는거 벽이라고 생각안할꺼다. 아니 오히려 지오가 불편할까 신경을 꽤나 쓰고 있을거다. 아니 또 준영이는 준영이대로 엄마에 대해서 자격지심이 있지 않은가?
)
이거  나타날수 있다. 그러면 마냥 부족해진다. 세상을 다가지고 있어도 부족해진다.
(지오는 피디질도 남들이 볼땐 열심히 잘하고, 인정도 받고, 이쁜 준영이도 있고, 심지어 얼굴도 잘생겼다.)
그런데 못난 남자들이 그렇듯이 오히려 또 그걸 들키는건 쪽팔려한다. 그러다가 그러지도 않아도 되는데, 지나치게 잔인하기도 해진다.
(준영이가 너무 좋아진 나머지, 또 그 남자의 자격지심이 발동했다.  그리고는 유치하지만 잔인한 '너 옛날남자한테 가' 이딴 말이나 해댄다)

그냥 들키고나서

'자. 나 이런거 이런데, 너 나 좋아한다했으니깐 니가 내 손좀 잡아줘라' 

이러면 될꺼 같은데, 그걸 못해서 그사이 결국 여자는 지쳐버리고, 연애는 파국이 되기도 한다.

그러면 끝이다.

여자는 이미 마음을 정리했고,
남자는 좋아하는 여자한테 부끄럽기보단 이별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남자는 그러고나면 더 힘들다. 생각보다 멋지게 마무리하기는  힘들다.
그런데 여자는 그 사이에, 남자가 멋부리는 사이에 이미 진이 다 빠졌다.


그래서 끝이 났었다.


3. 사실 오늘은 이걸 쓸려고 했던것도 아닌데, 드라마를 보고나서 생각이 들었다.
    이 드라마를 보고있으면, 연애를 막 하고 싶게 했다가, 아..아직은 연애하면 안되겠다 라는 생각을 들게했다가. 그렇다
    그나마 현빈,송혜교이니깐 저래 담백하고 이뻐뵈지..

4.  남자의 자격지심은 사실 꽤 길게 생각해서 쓸 내용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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