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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다.

그리고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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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2009. 6. 14. 02:19

(090620) 재미


모두가 재미있는걸 찾고는있다는데.

도통 찾았다는 사람을 못봤다.

얼마나 재미있던 날들이.

이렇게 재미없어진건지 모르겠다.

재밌는일을 만들어봐야겠다.

내가 재미있어 하는 것들이 무엇이었을까.

ㅎㅎ

그나저나 시간이 너무 빨리 가네.

그저 모두가 그리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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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만이냐? 이러한 연휴가. 올해는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휴일이 없긴 했다.

1. 금요일 밤 강남역에서 택시를 잡는 것은 쉬운일이 분명히 아니다. 사실상 연휴 1일차. 연휴는 항상 첫스타트를 잘끊어줘야한다.
적당히 놀아줘야 기분이 나고, 그렇다고 무리하면 연달아 달려있는 연휴의 밸런스가 무너지게 된다. 마침 중국에서 공부하는 친구가
잠시 들어왔기 때문에  기분이 유쾌하게 혹은 각자의 고민들을 서로 부담스럽지 않을정도로 꺼내놓으며 깔끔히 보냈다. 그리곤 택시를 잡으려는데 역시 쉽지가 않았다. 취기는 올라오는데 택시가 잡히지 않자 짜증도 슬며시 올라왔다.  아니 근데 이게 뭐야?
저만치서 왠 호랑이 옷을 입은 한 사내와 무리들이 보였다. 가까이다가와서 살피자 외국인 무리들 중 하나가 다가오더니, 호랑이 옷을 입은 사람이 다다음주에 결혼을 한다며, 총각파티를 즐기고 있단다.  그러고 돌아다니면서 사람들과 사진도 찍고, 검정 '비니루'에 들어있는 맥주나 백세주도 한잔씩 권하고 있었다. 건전한 친구들이다. 축하의 인사를 건네고, 택시가 안잡혀서 골치라니 자기들고 같이 술이나 먹잖다. 그래 좋다. 어차피 택시도 안잡히는데. 그렇게 길에서 술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다른 사람들도 들려서 사진도 찍고, 술도 마시고, 여차저차하다보니 나는 애초에 있던 무리가 아니라 그냥 또 그 무리에 다가왔던 다른 무리에 속해있었다. 그렇게 얼렁뚱땅 강남역에서 3시까지 그냥 텅빈 머리로 즐거이 보냈다.
좋았다. 말도 안되게 처음보는 순진하고 순수한 즐거운 기분만을 공유하는 무리들과의 시간은 가장 다른생각없이 순수하게 보낸 오랜만의 시간이었다.


2. 토요일 오후에 광화문쪽에 일이 있어, 종로쪽을 지나고 있었다. 동묘쪽부터 슬슬 막히기 시작하길래, 연휴라서 차들이 많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왠일인지 차는 좀체로 뚫릴 것 같지가 않았다. 뭐지 이거 하면서 슬금슬금 가다 종로쪽에 당도하니 저기 멀리서 뭔가 깃발들이 보였다. 아. 집회가 있구나..약속에 늦겠네.. 돌아나가야겠다라고 생각을 했다. 우회를 한참하고 이쯤이면 시위대는 돌아나왔겠지하고 골목에서 빠져나오는 순간.
시위가 한창인 곳으로 빠져나왔다.

1) 도로를 점령한 사람들.
  - 시위를 하는 사람들은 무언가에 대해 말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지만, 나는 도통 그들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지 알수 없었다. 자동차가 가는 길에 나와있는 사람들은. 차속에 사람들에게도, 인도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자신들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잘 전할수 없었다. 효과적인 방법이었을까? 뭘 말하고 싶었을까? 알고있다. 할 말이 있는데, 들어주는 사람이 없을때의 답답함은. 그러나. 그들에게도 말하는 방법도 중요하다.

2) 도로를 점령한 사람들을 막고 서 있는 그들.
  - 의경들. 그들은 앳되다. 그리고 겁도 많이 난다. 하지만 그들은 조직이다. 즉. 개인이 아니다. 따라서 조직적인 생각에 동화가 된다. 특히 자신들의 겁을 덮어두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조직적인 사고를 하게된다. (아마 이것이 조직이 갖고 있는 가장 무서운 점일지도 모른다). 명령이 떨어지면 그들은 아마 한명,한명으로는 다들 친구이거나, 형뻘이거나 누나뻘이거나 혹은 아버지뻘인 사람들을 향해 달려나가 완력을 사용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겁이 많은 스무살에 조직에 들어와있는 사람들이고. 당장 나 자신과 그들과 함께 먹고자는 동료가 다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힘과 힘이 충돌해야하는 시점이 오면 그들에겐 그것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카드일 뿐이다.

3) 도로 건너편 저 멀리 보이는 모텔 창문으로 이 장면을 지켜 보고 있는 누군가.
  - 시골에서 올라와 편히 쉴곳을 찾아들어갔거나, 사랑하는 연인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갔거나. 어쨌든 그는 그의 시간을 소음에 방해받았을 것이고, 무슨 일인가 해서 창을 열었을 것이다. 잘 파악되지 않는 상황, 그러나 군집된 사람들. 어떤일이 벌어질까 하면 보았을 것이다. 같은 시간에 전혀다른 상황에 벌어지던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공간. 행여 만약 이 집회가 미래를 바꾸게될 중차대한 아주 의미있는 것이였던들. 지금 시위대의 누구도 저 창가의 누군가를 시대의 방관자라고 말하지는 못할. 그냥 그 일에 상관이 전혀 없던 제3자. 소음이 방해일 뿐인 그런 사람.

이런저런 생각중에 시위대와 진압대 사이에 나는 끼여져 버렸고. 갑자기 의경들은 사람들을 쫒기 시작했다.

4) 진압대와 시위대 사이에 끼인 차안에 갇힌 사람.
  - 눈앞에서 벌어지는 진압광경에 창을 꼭 잠가두고. 진압장구와 차위로 밀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걱정이 들었다.
행여 내차가 찌그러질까. 깨질까. 어디 기스가 날까. 이게 파손되면 시위대에 손해배상을 해야하나, 경찰청이나 서울시에 해야하나.
사람은 모든 것을 넘어, 내가 닥친 일에 신경이 곤두서는 모양이다. 역시. 그런 모양이다.

나 역시. 위의 사람들 모두.


3.  일요일 오후의 공원은 날이 좋아서 인지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여유롭기도 그지 없다. 시간은 분명히 상대성이 있다.
넓은 공간에서의 한시간과 좁은 방이나 사무실에서의 한시간은 그 밀도가 틀리다. 그럼에도 너무 많은 시간을 실내와 의자위에서 보내야 한다.
여유롭게 넓은 공간에서 여유를 부리기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바람이 좋았다. 솜사탕도 좋았고. 아이스크림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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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2009. 4. 12. 03:43

(090412) 벚꽃

문득 그런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깐. 나는 생각보다 내가 누려야할것들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물질적인 것들이 아니라. 그게 어떠한 여유라는 측면인데.

문제는 그러한 생각의 이유가. 시간이나 피로도 이런것들이 아니라.
위에서 말한 이러한 것들(그러니깐. 난 피곤하고 시간도 없어서 뭐하기엔 힘들어..라는)이라고 원인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벚꽃을 본지가 언제였더라'
지난주의 독일 출장을 급히 준비하면서. 생각이 들었던 건.
'이번주가..벚꽃이 만개한다는데. 얼마지나지 않으면 또 후다닥 다 떨어질텐데..비라도 오면 끝장인데..'였다.

뭐 잠깐 짬을 내서 벚꽃을 보는것이 그리 대순가 싶지만.
사실. 대낮에 사람이 빡시글 한곳에 혼자서 돌아다니는 것도 별로 흥이 나지 않을테지만. 그보다 그 무리 무리들 가운데 나 혼자
있을 그림(그러니깐 3인칭 전지적 시점에서 본다고 쳤을때. 내가 아니더라도 나는 그 가운데에서 청승의 아이콘이 될 것이라 생각하니. 이건 더 움찔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가긴 가야지 싶어.

어제 새벽에 차를 몰고 윤중로에 갔다. 그런데 이게 왠걸. 2시가 다되었는데도..사람이 빡시글한것이..사람도 생각보다 너무 많았거니와.위에서 말한 3인칭 전지적 시점을 나는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다시 차를 돌렸다.

그리고 오늘(그러니깐 날이 바뀌었으니 사실상 어제) 밤에 광화문쪽에 볼일이 있어 갔다가는 이러다간 또 못보겠다 싶어
2차 시도를 계획하여 윤중로로  향했다. 사람들은 여전히 벚꽃잎들만큼이나 많았고. 막상 가보니.

그래도. 좋았다. 역시.
그러니깐. 벚꽃도 좋았지만.

내가 그곳을 그 시간에 누리고 있음이 좋았다.

화무십일홍이라고.제 아무리 이쁜 꽃도 10일 가기 어렵다는데. 그 시간을 내가 누리고 있음을 말이다.(그러닊나 이건..어른들이 학생때가 제일 좋은거야라고 말하는걸.학생 때 그시간이 얼마나 좋은지 아는 것만큼 자각하기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꽃길을 걷다보니. 내가 가진 '십일' 한가운데를 지금 지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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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누군가를 만나거나, 만나려고 노력들을 열심히들 한다. 사실 뭐 전부는 아니겠지만서도.
주로 나이가 나이다보니 그렇게 보인다.
대세론적으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말한다. 이즈음 나이에 '자리'를 잡아가야한다고.
맞는말이다. 부정할 생각없고, 아니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런데. 참. '자리'라는게 잡아가기도 힘들다. 이제 한번 고정시켜놓으면 다시 또 바꾸기가 어렵다는 걸 알기 때문에.
누가 '아 이제 자리를 잡았네'라고 똑부러지게 말할수 있을까?
사방이 뚫린 길에서 핸들을 붙들고 아직 이럴까.저럴까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어쨌든 방향을 한번 잡으면 또 그길에서 또 다른 문제들이
나오긴 하겠지만.
그보다 처음의 한번 꺾기가 쉽지 않은것이다. 하긴 결국 그후에도 무수한 선택이 놓여져 있을테다.
내가 내 자리를 아직 못잡았기 때문에. 누군가가 있다는게 짐일 수 있다는건 일단 틀린 답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짝을 만난다는 것이 나이가 적을때는 시간과 경험의 공유라면.
나이가 먹어갈수록 그 '자리'를 찾아가는 와중에서 불안의 공유와 서로의 위안이라는 부분이 더 많은 차지를 하는 듯하다.

그렇기때문에. 누군가가 옆에 필요하다고 느끼고, 그런 대상들을 열심히 찾는 거 같다.
불안의 공유라는. 그속에서의 안도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앞서 고칠 부분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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